[법과 시장]살아가는 방향에 관한 단상

김진한 변호사  | 2009.12.28 09:06
며칠 전 신문에서 '조기유학 2년 연속 감소세', '버블세븐 아파트 값 한달새 1조원 증발'이라는 기사를, 요즘 골프채널 등에서 미 LPGA에서의 한국 여자 골퍼들의 거의 매주 계속되는 우승 장면을 접하면서 문득 머릿속에 겹쳐지는 친구와의 오래전 대화가 생각났다.

2007년 가을 당시 친구는 공사에 파견돼 근무하던 검사였다. 그는 그 회사에서 1년 이상 근무하면서 그곳에 재직하던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의 부장들과 업무외적으로 가끔 대화한 일이 있었는데, 그분들의 대화의 주제를 요약해보면, 첫째 자녀들 조기유학 및 기러기 아빠 이야기, 둘째 주택 등 부동산 투자와 종합부동산세 이야기, 셋째 골프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같은 대화의 내용을 되씹어보면 '나'라는 존재가 삶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나'라는 인격이 다른 목적에 매몰된다는 생각이 든다. 40~50대 나이면 가정, 직장, 사회에서 중심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인생을 달려왔는데 주변인으로 지위가 주워진 느낌 뿐 아니라, '나' 자신도 이같은 대우를 당연시하며 나 중심으로 만들어 가려던 인생 초년시절을 잊어버린 듯하다.

대학시절 필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결정해야할 3가지를, 가치관 정립, 직업 및 배우자 선택이라고 스스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같은 관심은 한 개인이 인생을 살아가는 인격과 결부되거나, 생계수단 및 삶의 원동력이거나, 인생의 반려자에 관한 부분으로 진지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 있었다. 때문에 결정을 함에 있어 더 나은 해답을 위하여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고, 선후배 및 서적을 통한 직ㆍ간접적인 자문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기러기 아빠 이야기, 투기 이야기, 골프에 관한 화제는 비록 오늘날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 및 대화의 중심이 될 수는 있겠지만 한 개인의 내면적인 성찰이나 인생을 풍부하게 해주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조기교육을 위해 아이들을 엄마와 함께 유학을 보내고, 가장인 아버지는 국내에서 혼자서 직장을 다니는데, 기간은 짧으면 2년, 길면 4-5년까지 계속되고 부부는 사실상 별거생활을 하고, 이혼으로 귀결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자녀교육이라는 미명하에 부부를 중심으로 한 가정이 형해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삶이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목적이 아닐 것이다. 하루하루 가치 있는 삶이 모여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지, 먼 미래의 추상적 행복을 위하여 현재를 희생하고, 그 희생하는 부분이 휴머니즘과 동떨어진 것이라면 무의미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거나 문화생활의 공간으로서 기능해야할 주택이 어느 시점부터 투기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불로소득을 획득하지 못한 자들은 낙오자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현실도 인간 중심의 삶과는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90년대 중반 이후 강남 주택가격이 공시지가 기준으로 3배 이상 상승했다. 집을 산 사람은 집 가격이 하락할까봐, 무주택자는 집가격이 올라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집은 투자, 투기의 대상이 아닌 생활의 공간이어야 하고, 집 구입을 인생의 목표로 삼기 보다가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인생의 목표가 돼야할 것이다.

필자가 이같은 주제를 언급한 것은, 문득 나는 젊은 시절에 한번쯤 고민하여 설정한 인생의 방향과 목표에 근접해 있는가, 혹은 물질적인 현대 삶에 매몰되어 삶의 많은 중요한 점들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가 주체가 되어, 내가 가치를 두고 있는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한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방관자가 되어, 미래의 행복이라는 미명하에 현재를 희생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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