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인구구조와 주택가격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대학원 원장 | 2009.12.24 09:58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맨큐(G. Mankiw)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의 한 명이다. 그는 부시 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내기도 하였다. 그가 쓴 경제학 원론은 경제학 교과서로 널리 사용되고 있어, 대중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맨큐는 웨일(David N. Weil)이라는 교수와 함께 1989년에 인구구조와 주택가격에 관한 논문을 한 편 발표하였다. 이 논문에서 맨큐와 웨일 교수는 미국의 주택가격이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2007년까지 47%나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베이비 붐(baby boom) 세대의 주택구입이 끝나면서 주택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논문은 학계뿐만 아니라 금융계, 부동산업계 등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주택가격이 20년 내에 47%나 하락한다니? 이게 사실이라면 가계와 금융기관의 동반 부실로 미국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즉각 학계의 비판이 이어졌다. 비판의 핵심은 맨큐와 웨일 교수가 주택수요의 핵심적인 요인 중의 하나인 소득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구구조의 변화가 주택수요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이것이 주택수요를 좌우하는 유일한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실은 어떻게 되었을까?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맨큐와 웨일 교수의 전망과는 달리 미국의 주택가격은 2007년까지 상승세를 유지해 왔다. 케이스-쉴러(Case-Shiller) 지수에 의하면, 미국 전국의 주택가격은 1987년부터 2007년 사이에 2.98배 증가하였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매년 5.6%씩 상승한 셈이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을 고려하더라도 연평균 3.4%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니, 맨큐와 웨일 교수의 전망은 보기 좋게 틀렸던 것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 및 가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8년경부터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주택을 수요하는 연령대라고 할 수 있는 30대의 인구는 2013년경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가구는 1인 및 2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2030년대에 들어가야 감소하지만, 증가속도는 매우 느리다. 현재는 매년 1.3% 정도씩 가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2017년에 가면 그 증가 속도가 1% 이하로 떨어진다.

이런 인구 및 가구구조의 변화가 주택수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주택수요의 증가속도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1인 가구와 2인 가구에 적합한 소형 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주택수요의 변화가 주택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인구 및 가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 것 같다. 그러나 맨큐와 웨일 교수의 오류에서 보듯이 주택가격은 인구 및 가구구조의 변화에 따른 주택수요 변화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주택가격은 주택의 질이나 환경의 변화, 이자율의 변동 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주택의 질이나 환경의 변화는 소득 수준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미국 주택가격이 반 토막 날 것이라는 잘못된 전망에도 불구하고, 맨큐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의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9년에 발표된 맨큐와 웨일 교수의 논문은 오늘날 장기주택수요를 추정하는 주된 모형으로 사용되고 있다. 합리적 근거 없이 이루어지는 주장과 이론적 근거 하에 이루어지는 주장 간의 차이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4. 4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