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두바이의 뼈아픈 교훈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09.12.23 07:52
"두바이의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다르거든요. 그런데 우린 너무 환상을 갖고 짝사랑 했어요."

1주일간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출장 기간동안 만났던 수많은 현지 교민·주재원들은 대부문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맞장구를 치면서도 그동안 '사막 위의 신화'를 머릿속에 그려왔던 터라 이들의 따끔한 지적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체류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엄청난 빚으로 쌓아 올린 두바이의 콘크리트 숲은 허무하게 느껴졌다. 서로 경쟁하듯 하늘을 찌르고 있었지만 그 안에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닌 분양·임대 `광고물돴들 뿐이었다. 두바이를 롤모델로 삼기엔 우리와 너무 시스템이 달랐다.

그토록 '강력한 리더십'이라고 추켜세운 두바이 지도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사실상 '왕'이기 때문에 반대파가 있을 수 없다. 그가 말하는 대로 시스템이 움직였다. 민주주의공화국인 우리와 근본적인 '태생'부터 다르다는 것이다.


150만 인구의 20% 정도인 로컬(현지 국민)들이 정부 보호 아래 '우아하게' 지낼동안 각종 건설 현장에선 인도·파키스탄·네팔·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제3세계 외국인들이 최저 생계비 정도의 임금을 받으며 나머지 인구수를 대부분 채우고 있었다. 이들의 극저임금 노동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두바이는 불가능 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우리와 가장 큰 차이점은 아무리 사고를 쳐도 '큰 형님' 아부다비가 풍부한 석유매장량을 갖고 든든히 뒤에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동 이슬람권 국가의 보수성을 깨버린 두바이의 창의성과 도전 정신은 본받을 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두바이의 화려한 겉모습에 홀려 껍데기만 베끼려 한 점이 없지 않다.

한 현지 교민은 "그동안 많은 정치인들과 기관장들이 두바이에 들러 실상에 대해 깊이 연구하려기 보단 홍보 효과를 누리려 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젠 너도나도 두바이 흔적지우기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어찌보면 이번 두바이 쇼크가 우리에겐 인식의 전환을 주는 쇼크, 우리만의 발전 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쇼크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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