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관계자들은 대부분 "부채에 의존한 과도한 부동산 개발과 수요에 비해 과잉 공급된 물량이 화를 불렀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에서 '사막의 기적'이라는 환상을 가질 동안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는 것이다.
오응천 코트라 두바이KBC센터장은 "'두바이의 강북'으로 불리는 데이라(Deira)의 부동산 시세는 최고점인 지난해 2분기에 비해 50% 이상 떨어진 곳도 있다"며 "다른 지역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버즈두바이의 남쪽의 비즈니스 베이는 '중동판 맨해튼'이란 청사진이 무색할 정도로 사업이 중단된 곳이 많았다. 펜스 안의 휑한 부지에는 기자재만 뒹굴고 있었다. 이곳에서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성원건설 두바이지사 김범준 부장은 "도심은 그나마 이미 시작 된 공사는 진행이 되고 있다"면서도 "다소 동떨어진 제벨알리 항만 쪽은 타워크레인이 대부분 멈춰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
모라토리엄의 '주역'인 두바이월드의 자회사 나킬(Nakheel)이 주도하고 있는 인공섬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에선 개발이 늦춰지며 입주가 2~3년 지연되자 계약자들이 손해배상 청구와 계약 해지 요구를 하는 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다행히 국내 건설사의 두바이 진출은 적은 편이다. 추진 중인 부동산 개발사업은 3건(총 7억달러)으로, 두바이 쇼크를 촉발시킨 두바이월드의 자회사 나킬사로부터 수주한 공사 3건(5억 달러) 중 2건(1억6000만 달러)은 이미 계약 해지가 됐다.
10여년 째 이곳에서 개발사업을 해 온 권탄걸씨는 이번 금융 위기를 '쓰나미'로 표현하며 "보수적인 관점에선 2~3년 내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있다"면서도 "시점을 알긴 힘들지만 두바이가 지닌 중동의 '금융·무역·관광 허브'로서의 역할과 잠재력이 있는 만큼 곧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가 매수' 타이밍을 노리는 세력도 나오고 있다. 중국·인도·러시아 등의 부호들이 '디스트레스드 펀드'(Distressed fund)로 불리는 벌처펀드를 구성해 입질을 시작한 것이다.
두바이의 최대 부동산중개업체인 베터홈스(Better Homes)의 에이전트인 스티븐예씨는 "올 3분기 이후 바닥을 찍었다는 판단 하에 저가매수를 노리는 세력이 나오고 있다"며 "두바이 쇼크 이후 잠시 멈칫했다가 이번 아부다비 지원이 긍정적인 신호라고 보고 다시 입질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출근 시간인 오전 7시쯤 두바이와 아부다비 중간의 '사파(safa) 톨게이트'에선 두바이행 도로가 썰렁한데 반해 아부다비행 도로가 정체된 장면을 볼 수 있다. 파키스탄 출신 노동자 샤알렘은 "두바이에서 많은 사업장이 문을 닫자 고향 친구들이 일자리를 찾아 아부다비로 이동하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아부다비의 임대료가 비싸져 두바이에서 1시간 반 거리를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둥지를 옮긴 현대건설 이해주 UAE지사장은 "예전엔 주로 유럽·미국업체들이 이곳 공사를 도맡았는데 2007년 말부터 진입한 한국 업체에 대한 인지도·선호도가 최근 많이 향상 됐다"며 "안정적이고 다양한 기회가 있는 아부다비로의 진출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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