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 할인' 거부당하면 '루머' 증폭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9.12.21 06:41

[명동풍향계] 어음 발행 추진 업체 이중고

어음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연말 결산시점을 앞두고 금융기관에서 어음할인을 기피하고 있어서다. 금융기관이 할인을 거부하면 해당 회사에 대한 부정적 소문마저 돌아 발행업체들은 이중고에 시달린다.

◇명동, 소문의 계절=명동에서 어음할인영업을 하는 한 사채업자는 지난주 시중은행을 찾아 자신이 보유중인 대형건설업체 A사 어음의 할인을 요청했다. A사는 현재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되고 있어 채권단의 허가 없이는 독자적으로 어음을 발행할 수 없다. 이 업자는 A사 채권단에 속한 시중은행이 어음을 할인해줄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뜻밖에 거절당했다.

이 업자는 "해당 은행이 'A사 대대주가 바뀐다는 소문이 돈다'며 난색을 보였다"며 "하지만 연말 결산을 앞두고 어음할인에 부담을 느낀 은행이 할인을 거절하기 위해 둘러댄 얘기"라고 말했다.

연말 결산이 다가오면서 건설사 및 중소기업에서 발행한 어음이 갈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연말 결산을, 저축은행은 반기 결산을 앞둬 재무제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무를 가급적 취급하지 않는다. 어음할인의 경우 담보대출보다 충당금 적립비율이 높다.

명동 관계자는 "현재 금융기관들이 신용대출이나 신용대출과 유사한 업무는 일절 취급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어음할인도 담보가 없는 일종의 신용대출인 탓에 금융계에서 기피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문제는 어음할인이 거절되는 과정에서 흘러나온 얘기가 악성루머로 확대 재생산된다는 점이다. A사는 재무개선작업을 착실히 진행중이고 최근 고속철도 관련 공사를 수주하는 한편 세네갈 진출을 추진하는 등 활발한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어음할인을 거절한 후 "부도가 임박했다"는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명동의 또다른 관계자는 "기업과 관련된 얘기는 해당 업체는 물론 이해당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잔액증명 수요도 '뚝'=기업들의 연말 자금수요가 예년과 달리 크게 줄어 명동업자들이 울상이다. 연말이면 외부감사대상법인은 현금 및 현금성 투자상품으로 자기자본금을 증빙해야 하는데 자본금이 부족한 업체들은 명동 사채시장을 찾아 돈을 빌려 은행계좌에 예치하는 방식으로 자본금을 확충한다.

이 과정에서 명동은 연말 잔액증명 '특수'를 누렸으나 올해는 관련규정이 강화된 탓에 자금 조달을 아예 포기한 업체가 속출한다는 전언이다.

명동 관계자는 "기존 2~3일이던 자본금 유지기간이 한달로 늘어나는 등 관련규정이 강화됐다"면서 "이전처럼 편법으로 자금을 구하기도 어렵고 대출이자도 크게 오른 탓에 자금 확보를 포기한 업체가 늘어 잔액증명 취급액이 예년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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