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제공조 허공속 메아리?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 2009.12.21 07:12
불과 3개월 전 미국의 피츠버그는 시끌벅적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이 한 자리에 모여 출구전략의 국제공조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국제공조는 마치 한여름밤의 꿈이었던 양 희미해졌다. 전례없는 금융위기의 끝자락에서 각 국은 속속 제살길 찾기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위기 때 14개국과 맺은 통화스와프계약을 모두 종료하기로 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좋아지고 유동성 가뭄이 해소됐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이 정상궤도에 진입했다는 좋은 신호로 볼 수 있지만 "위기를 겪으면서 평시에도 각국과 통화스와프 라인을 구축해놔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은 허공 속 메아리가 됐다. "결국 '전주'(錢主)의 마음 아니냐"는 한국은행 관계자의 말처럼 훗날 위기가 닥쳤을 때 통화스와프를 맺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가 됐다. 내년 2월에 종료되는 한·일 통화스와프 계약이 연장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국제공조의 실패는 이미 예견됐다는 시각도 많다. 무엇보다 G20 정상 합의문이 어떤 구속력도 없기 때문이다. 합의문이 나온 지 한달 만인 10월 호주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12월까지 연속으로 3차례 올렸다. 유럽에선 노르웨이가 처음 금리를 인상했다.


피츠버그 합의문에서 각국 상황에 따라 출구전략 시기를 달리 할 수 있다는 애매한 단서를 달아놨으니 금리인상국을 비난할 순 없는 노릇이다. 내년 11월 G20회의를 유치한 한국의 입장만 난처해졌다. 쉽사리 금리를 올렸다간 의장국으로서 '영'이 서지 않는다. 출구전략을 유예하는 한국 정부의 기조에서도 이런 고민이 읽힌다.

흔들리는 국제공조는 기준금리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은 타이어와 닭고기를 놓고 치열한 반덤핑 갈등을 겪었고 브라질은 급격한 자국통화 절상을 막기 위해 외국인의 헤알화채권 거래에 세금을 매기기도 했다.

힘든 일은 지나고 나면 잊기 쉽다. 언제 또다시 전세계를 덮칠지 모를 위기를 생각해서라도 입으로만 외치는 국제공조가 아니라 진정한 어깨동무를 해야 하지 않을까. 11개월 뒤 G20 회의를 총괄하는 한국이 짊어질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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