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국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9.12.18 16:57
#. 민주당 A의원은 어깨가 아프다고 했다. 잠을 잘못 잔 탓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회의장 의장석 아래에서 잤다. 점거농성에 들어간 첫날 당번이었다. 그나마 자리는 '명당'이었다. 함께 밤을 샌 다른 의원은 경사진 복도 쪽에 몸을 뉘었다. 최고 명당으로 꼽히는 기표소 안 자리는 선배 의원에게 뺏겼다. 기표소 안쪽은 바깥 불빛이 안 들어와 '인기'가 높다. 그는 "지금 상황이 안타깝긴 민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숨이 묻어났다.

18대 국회가 거꾸로 달리고 있다. 18일 민주당은 예결위 회의장 점거를 이틀째 이어갔다. 예결특위 점거는 16년만이다. 1993년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쌀시장 개방 문제, 안기부 수사권 축소 등을 두고 회의장을 점거했다. 그 뒤 예결위 점거는 한 번도 없었다. 서민 경제와 직결된 예산안 처리를 두고 '막장'까지 가는 데 대한 두려움이 큰 탓이었다.

16년만의 '재방송'에서 쟁점은 4대강 사업 예산으로 바뀌었다. 민주당은 "대운하 전초사업이 아니냐"고 의심한다. 한나라당은 "제대로 알고 말해라"라고 맞선다. 이날 회의장을 탈환하려는 한나라당과 지키려는 민주당이 두번째로 맞붙은 자리에선 "폭력점거 전문당" "점거는 한나라당에게 배운 것"이라는 고성이 오갔다. 의원들이 밀고 당기는 몸싸움은 전날에 이어 다시 방송사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예결위 계수조정 소위원회 구성도 불명예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말을 넘기면 1964년 계수조정 소위 제도가 생긴 이래 가장 늦게 소위가 구성된다. 지금까진 2003년 12월19일이 기록이었다. 1993년처럼 아예 소위 구성이 안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연내에 예산안 처리를 못한 채 준예산을 편성할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다.

치고받는 '싸움장' 한쪽에선 정치자금법을 2004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합의'가 이뤄졌다. 깨끗한 정치를 만들자며 여야가 합의해 만든 법이었다.


정개특위는 그동안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된다며 폐지를 요구한 정당공천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정개특위 한 위원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공천 유지에 여야간 별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온라인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도 1달 안에 자진 반납할 경우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방안도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선거운동원에겐 교통비와 다과류 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의원이 관할지역을 방문할 때 수행원에게 온천장, 관광지, 유흥시설을 갖춘 장소에서는 식사를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제한 조항은 폐지키로 했다.

18대 국회 들어 지금까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은 15명에 달한다. 정치자금법이 처음 적용된 17대 국회에선 11명이 관련법 위반으로 '배지'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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