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어떤 수순 밟을까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도병욱 기자 | 2009.12.18 08:51

소수지분 자사주 매입후 타지주사와 1:1 합병 유력

우리금융 민영화 논의가 부쩍 힘을 받고 있다. 미온적이었던 금융 당국이 강한 의지를 밝힌데 이어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우리금융 최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도 조기 민영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금융계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어떤 시나리오로 진행될 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 금융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조기 민영화, 첫 단추는 "자사주 매입"= 금융계에선 우리금융 민영화가 빨라야 2011년 이후 가능하다는 예상이 우세했었다. 예보가 '소수지분' 매각이라는 숙제를 해결하는 게 선결과제여서다.

공자위는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 66% 중 경영권과 상관없는 소수 지분인 16%를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장내에서 8%씩 매각한 뒤, 2011년 이후 지배지분(50%+1주)를 매각해 민영화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지분매각 후 최소 3개월 이내에는 재매각을 금지하는 락업조항, 그리고 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함께 고려한 스케줄이다.

그러나 지난 15일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정부가 합병 등 모든 방안을 놓고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진 위원장은 특히 "(예보가 보유한) 소수 지분에 대해선 가능한 빨리 팔아 몸집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빨라야 2011년 이후'라는 우리금융 민영화 스케줄을 크게 단축시키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이와 관련,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17일 예보 소수지분 8%를 우리금융이 자사주로 매입하는 방안을 거론했고, 예보는 "논의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우리금융 지분 8%를 인수하는 데는 1조 원 가량이 필요하나,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부차입으로 조달하거나 포스코, KT 등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기업의 주식과 우리금융 자사주를 맞교환하면 된다. 아울러 한차례 예보지분 블록딜(8%)이 이뤄지면 지배지분(50%+1주)만 남는다.

◇금융지주 대등합병 시나리오 유력=이후 민영화 시나리오는 2~3개로 압축된다. 가장 유력한 건 KB, 신한, 하나 등 금융지주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다. 우리금융이 이들 금융지주와 주식교환(스와프) 방식으로 합하고, 새로운 금융지주사를 만드는 방식이다.


합병 파트너로 우리금융과 자산규모가 비슷한 KB금융, 신한지주가 정해진다면 1대1 대등합병이 가능해 민영화가 무척 빨라진다. 대등합병 후 예보의 지분율은 50%에서 25%로 낮아진다.

물론 예보 입장에선 지분율만 낮아질 뿐 투입된 공적자금이 회수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합병 후 예상되는 주가상승을 고려하면 '출구'는 충분히 확보된다는 평가다. 주가가 상승하면 예보의 지분매각이 무척 쉬워질 뿐 아니라,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어서 자금회수 효과도 커진다.

금융계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M&A 방식으로 이뤄진다면 시너지와 비용절감, 수익성 개선 등의 효과가 무척 클 것"이라며 "특히 합병 후에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라는 프리미엄이 생겨서 주가가 크게 상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산규모가 80조원 가량 차이나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 묶어진다면 다소 복잡하다. 우리금융이 경남·광주은행과 우리투자증권 등 계열사를 매각해 덩치를 줄이거나 합병비율을 조정해야 한다.

걸림돌도 있다. 다른 금융지주사와 합병하는 경우 경영 주도권을 포함해 지배구조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점이다. M&A 협상 중 헤게모니 싸움이 발생해 무산되는 경우가 적잖다.

가능성은 낮지만 독자 민영화 가능성도 여전히 남는다. 내년까지 예보지분 16%를 우선 처분한 뒤, 나머지 지분은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분할매각하는 형태다. 예보가 20~30%의 우호지분만 쥐고 경영권을 내놓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만 이는 국민연금이나 기업 등 국내외 재무적투자자(FI)를 다수 확보해야 해 간단한 작업은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민영화를 앞당기겠다는 당국의 의지와도 상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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