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마디'에 정몽준도 박근혜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9.12.16 11:43

"내가 그만둔 지도 100일" "나도 박 전 대표인데 난 왜…"

전직과 현직이 웃으며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드문 일이다. 대체로 악연이다.

예를 갖춰 대접하겠다는 약속은 현실 앞에 무력하다. 앞선 사람을 밟고 올라서야 내가 보인다는 생각이 강하다. 막후에서 여전히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선대'를 견제해야 한다는 의식도 작용한다.

정권교체기에는 더 그렇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사이가 그렇다. 물고 물리는 관계의 연속이었다.

16일 한나라당에선 모처럼 흐뭇한 풍경이 벌어졌다.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 정몽준 대표와 박희태 전 대표가 나란히 앉았다.

전날 정 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았다. 박 전 대표가 지난 9월 경북 양산 재선거를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정 대표는 대표직을 자동승계받았다.

정 대표는 "대표에 취임한 지 어제로 100일을 맞았다"며 "그동안 성원해준 당원과 최고위원, 중진 의원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덕담이었다. 인사치레로 넘길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그런데 박 전 대표가 이 말을 받았다. 박 전 대표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제가 대표직을 그만 둔 지가 꼭 100일이 됐다"고 말했다. 폭소가 터졌다. 여야 예산안 대치 정국을 질타하던 냉랭한 분위기에도 온기가 돌았다.


박 전 대표는 이어 "그동안 정 대표가 여러 난제를 풀고 각고의 노력을 해 당 지지도가 많이 올라갔다"며 "정 대표의 지도력이나 경륜이 국민의 마음속에 녹아내리는 시기였다고 생각한다"고 덕담을 했다.

한 당직자는 "박 전 대표다운 농"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달에도 전직과 현직을 빗댄 '박희태식 유머'를 선보였다. 세종시 수정 문제로 박근혜 전 대표의 입에 한창 이목이 쏠려 있을 때였다. 마침 국회 본회의가 열렸고 기자들은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 한마디를 듣기 위해 본회의장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표가 본회의장으로 걸어오자 기자들이 일제히 몰렸다. 본회의장 문 앞이 꽉 차면서 본회의장에 들어가려는 다른 의원들은 잠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때 "나도 똑같은 박 전 대표인데 난 왜 이리 인기가 없나"라는 소리가 들렸다. 박희태 전 대표였다. 폭소가 터졌고 박근혜 전 대표도 피식 미소를 지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지금 난리났다" 울면서 신고한 편의점 직원…그곳으로 못 돌아갔다
  2. 2 "허웅, 애 낳자고 해서 짜증나"…전 여친 새로운 녹취록 나왔다
  3. 3 "한 달만 넣어도 연 3% 이자 주네"…요즘 직장인들 비상금 재테크
  4. 4 "하기 싫으면 나와, 이 XX야"…손웅정 아카데미 경기영상 속 욕설
  5. 5 "강북이 결국 송파 앞질렀다"…84㎡ '22억' 또 신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