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발목잡는 전자어음법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9.12.14 07:48

[명동풍향계]신분 노출 꺼린 전주, 할인꺼려…저축銀도 외면

중소기업 재무부서 관계자들은 최근 전쟁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전저어음법이 중소기업의 자금 마련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제도권 금융기관에서도 여전히 중소기업 어음할인을 꺼리고 있어 차입상환일을 앞둔 중소기업들은 매일 살얼음을 걷는 심정으로 자금조달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기 발목잡는 전자어음=지난주 명동 사채시장엔 얼마 전 워크아웃을 졸업한 건설업체 A사의 어음할인 문의가 접수됐다. 업력이 탄탄한 덕에 예상보다 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룬데다, 할인을 요청한 어음도 진성어음이라 거래가 쉽게 성사될 전망이었으나 결국 할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해당 업체가 외부감사 대상 법인이라 전자어음밖에 발행할 수 없어 사채업자들이 할인을 꺼린 탓이다. 지난달 9일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전자어음 사용 의무화를 골자로 한 '전자어음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전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자산 100억원 이상 기업이나 상장사 등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은 약속어음을 반드시 전자어음 형태로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그간 사채시장에서 자금을 구하던 건설사 등 중소기업들은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전자어음의 경우 실물을 확인할 수 없는데다, 모든 거래가 전산으로 기록되는 탓에 실명 노출을 꺼리는 전주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현재 명동에선 전자어음법 시행 이전 발행된 종이어음에 대한 할인만 간간히 이뤄지고 있을 뿐이다.

명동 관계자는 "시장에선 전자어음 할인을 무조건 꺼리는 분위기"라며 "일부 대형업체들이 연습 삼아 소액만 할인하는 게 전부"라고 전했다.

◇저축銀도 중기 어음 꺼려=저축은행 마저 어음할인을 꺼리고 있는 점도 중소기업들의 재무상황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대다수 저축은행에선 현재 담보가 없는 기업에 대해선 돈을 빌려주지 않고 있다.


한 명동 중개업체에선 지난주 접수된 A사 어음할인건이 사채시장에선 성사가 안되자 저축은행 6곳에 의사를 타진했으나 대부분 거절했다. 그나마 한 곳에서 관심을 보였으나 연 15%가 넘는 금리를 제시한 때문에 거래가 무산됐다.

이 중개업체 관계자는 "어음할인도 종이 한장 믿고 할인해주니 신용대출과 다를 바 없다"면서 "결국 담보대출 아니고선 기업들이 자금 구할 방법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결국 A사는 사채시장에서 확보가 시급한 소액 규모에 대해서만 월 1.5%(연 18%) 금리에 할인을 받았다.

명동 관계자는 "사채업자들을 향해 피도 눈물도 없다고 비난하지만 제도권 금융기관도 각박하긴 마찬가지"라며 "경제상황이 나아진다고 하지만 중소기업엔 다른 나라 이야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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