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SKT와 카드사업 제휴 확정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권화순 기자 | 2009.12.11 13:51
하나금융이 SK텔레콤과 신용카드 사업을 제휴하기로 확정했다. 양사의 제휴는 통신과 금융이 처음으로 손을 잡는 사례라는 점에서 금융계 판도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금융그룹 선두경쟁에서 뒤쳐진 하나금융의 재도약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금융, SKT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정

하나금융은 11일 오전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하나카드가 SK텔레콤을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하는 것을 의결했다. 구체적인 투자규모를 밝히진 않았지만, 금융계에선 SK텔레콤이 4300억원 가량을 투자해 하나카드 지분 49%를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금융이 지분 51%과 경영권을 가지되 주요 의사결정은 SK텔레콤과 공동으로 하는 방안이다.

세부내용은 오는 14일 하나카드 투자와 관련한 SK텔레콤 이사회 직후 발표될 예정이다.

금융계는 하나금융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그간 외형적으로 선두 은행에 크게 뒤졌던 게 사실이다. 금융계에서는 '빅4'는 없고 이제 '빅3'만 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그러나 이번 제휴로 금융계 선두경쟁에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지난 9월 말 기준 하나금융의 총자산은 179조원. 경쟁상대인 KB금융지주(331조원), 우리금융지주(321조원), 신한금융지주(311조원) 등을 따라가기 버거운 수준이다.

그러나 2000만 명 이상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통신시장의 공룡 SK텔레콤과 손을 잡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카드 뿐 아니라, 이와 연계된 금융상품 교차판매도 적잖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카드결제용 예금계좌를 유치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하나금융은 신한지주 모델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지주는 LG카드 인수를 계기로 국내 카드부문 1위로 올랐으며, 순익에서 얻는 효과도 적잖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총 2조186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신한카드가 9596억 원으로 절반가량 이었다. 올해도 9월까지 기록한 순이익 1조491억 원 중 신한카드가 3873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카드 성공하려면=하나카드는 5년 내 업계 '톱3'에 드는 게 목표다. 현재 회원 수는 560만 명이고, 취급액 기준 시장점유율 4%로 업계 7~8위에 머물러 있다. 결국 회원 수 2383만 명의 SK텔레콤과의 시너지가 관건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카드사가 통신사와 제휴상품을 내놓은 적이 있었으나 그 효과는 무척 미미했다"며 "전혀 다른 신기술과 서비스를 접목해야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익성 확보도 관건이다. SK텔레콤과 경쟁력 있는 제휴상품을 내놓으려면 전산개발 과 마케팅 등에서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승부를 내지 못하면 고비용-저수익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하나 마이웨이 카드'가 회원유치에 성공했으나, 수익성 개선에 보탬이 안 됐다는 평가를 받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카드사 관계자는 "혜택만 누리려는 '체리피커' 고객 보단 메인 카드로 쓰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끌어와야 한다"며 "은행 등 소매금융부문의 경쟁력도 함께 키워야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이 2010년 거래 고객을 종전 870만명으로 100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한 건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교차 판매를 통해 카드 회원을 유치, 하나카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전략이라는 얘기다.

◇다음 작품은?=금융계에서는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할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시너지가 큰 쇼핑·유통 부문과의 제휴가 유력하다는 전언이다.

내년 금융계 인수합병(M&A) 대전을 앞두고 양 사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자금력이 부족한 하나금융이 SK텔레콤의 지원을 받아 M&A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카드사업 제휴에 이어 양사가 M&A에서도 공동전략을 펼친다면 외환은행, 우리금융 등을 인수하는 데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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