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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 회장의 에이티넘 파트너스가 지난 2일 사모투자회사를 활용해 미국의 석유개발회사를 인수했다. 그동안 배당소득 종합과세를 우려해 과감한 투자를 꺼리던 이 회장이 간접투자 형태를 수용하며 유전회사를 사들이자 업계는 놀라움을 표시했다.
결론부터 보면 이번 투자는 이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분리과세 혜택 △최소 50%대의 손실보장 등 다양한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실제 투자금액도 600억원에 불과했다.
"美 스털링은 소규모 B급 매물"
이 회장측이 사들인 미국 스털링(Sterling Energy PLC)사는 미국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등지에 약 60여개의 생산광구를 보유한 소규모 회사다.
이 회사가 매물로 출현한 것은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기 이전인 2008년 중반. 당시 STX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 상당수가 인수제안을 받고 투자를 검토했다.
하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의사를 표명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 안팎일 때 나온 매물이었지만 규모나 성장성 면에서 수천억원을 주고 살 만큼 'A급' 매물이라고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전이 생산되고 있는 광구라도 매장량이나 일일 생산량이 적은 경우에는 수익성이 그리 높지 않다"며 "퇴직자들이 개인연금을 모아 고정수익을 얻으려고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스털링은 이보다 규모는 크지만 수억달러를 호가하는 대형 유전회사로는 보기 어렵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스털링에 대한 원매자들의 관심은 크게 멀어졌다.
스털링에 대한 인수제안서는 국내 최대 현금부자인 이 회장 측으로까지 넘어갔다. 투자를 제안한 곳은 2004년 설립된 유전개발 자문사인 에너지홀딩스그룹.
검토 끝에 이 회장측은 투자제안을 수용했고 양사는 지난 11월23일 이를 위한 600억원 규모의 해외자원개발 사모투자회사(펀드)를 설립했다.
사모투자회사의 운용주체로 한국투신운용 실물자산운용본부(옛 SOC운용본부)을 내세웠다. 딜을 제안했던 에너지홀딩스는 투자 및 기술자문을 맡았다.
여기에는 현재 순수하게 이 회장 측(에이티넘파트너스)이 단독 투자자(LP)로 참여, 600억원을 댔다. 나머지 인수자금 가운데 400억원(미화 약 3500만달러) 가량은 생산광구를 담보로 캐나다 몬트리올 은행에서 담보대출로 마련됐다.
양사는 해외자원개발법에 따라 투자사항을 정부에 신고했다. 이 과정에서 내역을 받아 본 지식경제부는 일개 민간회사의 투자임에도 불구, 직접 나서 보도자료까지 작성 및 배포하며 홍보활동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식경제부측은 "민간회사가 해외 생산광구를 직접 사들인 경우는 처음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과연 '이민주'란 이름이 없었다면 정부까지 나서 이렇게 큰 관심을 표명했겠느냐"고 입을 모은다.
배당세 분리과세ㆍ손실 50% 보전 혜택
그동안 수많은 사모펀드와 투자회사들이 현금 1조원을 보유한 이민주 회장을 '모시고자' 숱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거의 대부분 실패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세금문제였다.
이 회장이 개인 투자자(LP)자격으로 PEF 등에 참여할 경우. 여기서 받는 이익은 전부 '배당소득'으로 간주, 15.4%(소득세 14%+주민세 1.4%)의 세율로 원천징수된다. (조세특례제한법 제91조의 2). 그리고 이 소득은 또 고스란히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으로 포함돼 최대 3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굳이 '간접투자'를 통해 높은 세율을 적용받을 필요가 없었다. 본인 명의로 상장기업에 직접 투자할 경우 주식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을 뿐더러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해외유전회사 인수는 상황이 좀 달랐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해외자원 개발 투자회사에 대한 '특례'로서 2011년말까지 배당소득을 종합소득 과세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제91조의 6)
게다가 3억원 이하의 소득에 대해서는 역시 2011년말까지 징수세율이 5%에 불과하다. 이민주 회장 입장에서는 사모투자회사를 내세우더라도 수십%의 절세혜택을 합법적으로 누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손실 보전'이라는 추가혜택도 마련된다.
해외자원개발 사업법을 적용받는 전문회사는 현행법상 수출보험공사로부터 '투자위험보증'을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투자가 실패했을 때 손실액을 보전해주는 일종의 '보험'이다. 해외 유전 투자실패로 인한 손실위험을 줄여 적극적인 자원발굴을 유치하고자 마련된 제도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사들인 것처럼 생산광구가 있는 경우는 평균적으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 50% 정도를 보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스털링사는 이 회장에게 있어 고위험ㆍ고수익 투자가 아닌 셈이다. 수십%의 세금을 면제받고 행여 손실이 나더라도 정부가 나서 원금의 절반은 막아주는 '안전투자처'였던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간 이민주 회장의 투자행보는 대부분 부동산 등 안전성이 높은 분야에 치중돼 있다"며 "이번 투자도 성격은 비슷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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