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에서 바람 맞은 사채업자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9.12.07 07:01

[명동풍향계]루머 난무, 불신에 어음할인 어려워

연말 결산이 다가오면서 명동 사채시장에 검증되지 않은 소문이 횡행하고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 부도설과 관련된 소문들은 검증되지 않은 채 여러 사채업자 입에 오르내리며 확대·재생산되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명동을 찾는 기업과 사채업자가 서로를 믿지 못해 어음할인 거래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약속 당일 연락두절=명동의 한 사채업체에 지난주 중견 건설업체인 A사에서 융통어음 할인문의가 접수됐다. 해당 사채업체는 융통어음이지만 A사가 오랜 업력을 쌓아 온 중견회사여서 어음을 할인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명동시장에서 어음할인 수요가 많지 않았다는 점도 이 업체가 할인을 결정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후 사채업체 대표는 A사 재무담당 이사와 명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어음할인과 관련한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기로 했지만 약속 당일 A사 관계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명동 사채시장에서 어음을 할인받았다가 부도설에 시달리는 건설사가 여럿 있었다는 얘기에 지레 겁을 먹고 자리를 피한 것이다.

사채업체 관계자는 "A사가 이후 전화통화도 피하고 있다"면서 "자금사정은 급하지만 사채시장을 믿지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명동시장에는 지난주 중견건설업체 3곳이 융통어음 할인을 받으려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정작 거래는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와 마찬가지로 거래 직전 사채업체와 건설사 중 한곳에서 연락을 끊은 일이 반복된 탓이다.


명동 관계자는 "융통어음을 들고 나온 건설사들의 검증되지 않은 부도설이 파다하다"면서 "이렇다보니 건설업체들이 괜한 소문이 날까 어음할인을 주저하고 명동업체들도 부도 우려로 거래 직전 할인을 취소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명동 나오면 '부도설'?=실제로 최근 명동 사채시장에 융통어음 할인문의를 한 건설업체 B사는 매각설이 크게 돌았다. 2000억원 안팎에 연내 매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곁들여지면서 사채시장에선 이를 기정 사실화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명동시장은 물론 제도권 금융기관도 B사에 대한 여신을 회수하고 있다.

명동 관계자는 "한 자산가가 사채시장을 돌아다니며 B사 인수자금을 구하고 다니면서 B사 매각설이 시장에 빠르게 확산됐다"고 말했다. 그는 "B사 어음을 취급한 사채업자들은 자금난이 해소됐는 데도 근거없는 소문이 돌아 진원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업 정보업체인 한원인포 관계자는 "명동 사채시장은 진위 여부를 떠나 수많은 정보가 떠돌아다닌다"면서 "사실 관계에 입각해 정보의 옥석을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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