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들 '땀나는 12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09.12.07 08:08

"연말 실적에 내년 인사 성과급 달렸다" 배점 높은 상품 판매 경쟁

#A은행 동대문지점의 박모 대리(33)는 오전 10시만 되면 신용카드 가입신청서를 챙겨 지인과 거래처를 찾는다. 12월 한달간 할당된 카드 목표는 10장 이상. 고객이 몰리는 오후엔 창구에서 정상업무를 보지만 틈만 나면 외근에 나서야 할 정도로 실적압박에 시달린다.

박 대리는 "올해 6년차인데 연말이면 카드를 비롯한 여러 상품을 팔기 위해 지인들을 찾는다"며 "연말 실적평가를 앞두고 상당수 직원들이 비슷한 처지"라고 말했다.

#B은행 직원들의 퇴근시간은 저녁 7시30분이다. 지난 9월보다 2시간 정도 당겨졌다. 연말 실적평가를 앞두고 벌어진 상황이다. 지점 평가항목에 퇴근시간이 들어 있어서다. 늦게 퇴근하는 직원들이 많을수록 감점이 된다.

이 지점 관계자는 "퇴근시간을 제대로 지키는 지가 연말 실적 평가 항목에 포함돼 지점 차원에서 퇴근시간을 앞당겼다"며 "업무가 일찍 끝나면 퇴근이 그만큼 빨라져 좋지만 업무시간엔 정말 정신없다"고 말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내년 초로 예정된 '2009년 실적평가'에 대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은행들은 매년 초 직전 해의 연간 실적을 평가해 인사나 성과급을 결정한다.

◇은행권 "12월을 잡아라"=은행 직원들은 보다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배점이 높은 항목에 집중하면서 감점요인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한다. C은행은 평가항목 중 신용카드 배점이 가장 높다. 방카쉬랑스와 펀드판매 실적이 그 뒤다. 고객만족도와 직원들이 치르는 각종 시험점수도 평가항목에 넣었지만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결국 신용카드 판매실적이 평가등급을 좌우해 직원들은 전사적으로 신용카드 판매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연말까지 실적을 종합하는 터라 직원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하다.

C은행 관계자는 "연말 실적이 곧바로 인사로 이어져 책임자급 직원들이 적극 나선다"며 "요즘 연말 모임 시즌인데 신용카드 신청서를 챙겨 나가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D은행 직원들은 다시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 판매에 열을 올린다. 이 통장 실적이 연말 실적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서다. 은행들은 지난 5월 이 통장이 출시되자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금융감독원의 불완전 판매 조사 후 영업을 자제했었다.

D은행은 영업권역별로 연말 실적평가 항목의 배점을 달리했다. 예컨대 서울 강남권 영업점에는 신용카드 판매에, 강북권의 경우 예·적금 등 수신실적에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다만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은 모든 영업점 평가항목에 배점을 높게 부여했다. 이 통장이 잠재고객 확보는 물론 다른 상품의 실적증대에 기여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12월에는 평가 배점이 높은 상품 위주로 판매전략을 세운다"며 "1년 농사를 사실상 마무리하는 시기라 사활을 걸고 영업에 뛰어든다"고 설명했다.

◇"올 연말엔 다르다"=특히 올 연말엔 은행 직원들의 영업 강도가 높다. 무엇보다 지난해말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올 상반기 실적은 형편없었다.
시중은행별로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80%가량 줄었다. 2분기부터 나아지긴 했지만 역시 전년 동기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3분기엔 더 개선됐지만 모자란 부문을 만회하기 위해 은행들이 12월을 승부처로 삼았다.

D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올해 실적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 있었다"며 "경제상황이 나아지고 있어 직원들이 남은 12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올해 종합실적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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