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때문에 울고 웃다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9.12.08 10:02

[머니위크 커버]□□때문에


“감자칩의 탄생은 주인장의 심술 때문이다. 후렌치후라이의 속이 안 익었다는 고객의 항의가 많아지자 패스트푸드점 가게 주인은 포크로 찍어먹을 수 없을 정도로 얇게 썰어 튀긴 후 소금까지 왕창 뿌려 내줬다. 이 메뉴가 오히려 크게 히트를 치면서 감자칩이 탄생했다.”

‘쇼 때문이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KT의 마케팅 ‘생활 속 <때문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연이다.

현재 KT의 무선통신 브랜드 SHOW의 ‘~ 때문에’ 마케팅이 연일 화제다. 도너츠, 주름빨대, 하이힐 편 등 일상 속 생각의 변화가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내용으로, 유선통신브랜드 ‘쿡’과 기업 광고 ‘올레’에 이은 광고 대박을 기대하고 있다.

10월부터 TV광고로 나간 ‘친구의 최신폰, 내 폰으로 만드는 기술편’은 유심(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의 기능을 크게 알리는 동시에 범죄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실제로 11월에는 복제는 아니지만 유심카드를 이용해 문자메시지를 훔쳐본 사건이 발생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KT의 수많은 화제거리는 지난 11월28일 론칭한 아이폰에 비하면 서막에 불과했다. 세계 최고의 단말기라는 칭송을 받고 있는 아이폰이 KT를 통해 국내에서 시판됨에 따라 엄청난 예약자가 몰리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9년 겨울 대한민국에 불어 닥친 아이폰 열풍. ‘아이폰 때문에’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정리해본다.

◆사과폰 내놓고 사과한 KT

지난 1일 KT는 기업블로그 올레KT와 쇼폰스토어 홈페이지에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기재했다. 원인은 아이폰이다. 아이폰 예약자수가 예약 1주일 만에 6만5000명을 넘어서는 등 인기몰이가 계속되면서 KT의 개통 서비스가 원활하게 지원되지 않은 까닭이다.

예약한지 1주일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개통이나 배송이 늦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예약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특히 사전 예약자들보다 대리점 구매자들이 먼저 개통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비난의 수위가 한차원 높아졌다. 일부에서는 구매포기 의사를 밝히고 있을 정도다.

예약자는 아이폰 홍보를 자청했던 얼리어댑터가 대부분. 이들의 배신감(?)이 날로 높아지자 KT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홈페이지를 통해 ‘예상치 못한 가입 쇄도로 예약가입 접수와 배송, 개통 처리 등에 과부하가 걸려 불편을 드린 점을 사죄한다’며 사과문을 공지하는 한편 기존 예약자를 위한 보상책도 내놨다.

KT는 2일 6만5000명의 예약자들에게 3개월간 500MB(메가바이트)의 데이터통화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500MB는 쇼의 데이터 정액요금제와 비교할 때 월 1만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용량이다. 예약자들은 기대에 못 미치는 보상에 적잖이 실망한 분위기다. 게다가 예약자들에게 가입비로 3만원을 받은 반면 대리점 구입자들에게는 2만4000원에서 면제까지 해주고 있어 기존 예약자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KT가 업계 최고의 관심 상품인 아이폰을 단독 론칭한 것을 두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아이폰의 별칭은 제조사인 애플사의 이름을 본 딴 사과폰. 이런 별명을 이용해 일부 네티즌들은 ‘KT가 사과폰 먹더니 서비스 시작부터 사과?’라며 아이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을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SKT 노심초사, 보조금 상향조정

아이폰 열풍에 가장 뜨끔한 곳은 통신시장 1위 수성의 사명감에 똘똘 뭉친 SK텔레콤이다. 기존 이동통신 분야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SK텔레콤은 일단 스마트폰시장이 5%에 불과한데다 이미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높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아이폰 열풍으로 시장이 재편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난 10월29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이례적으로 경쟁사의 수장인 이석채 KT회장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낸 것도 아이폰으로 인한 시장구조 변화를 의식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최근 SK텔레콤이 쏟아나는 지원책이나 이벤트도 아이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현재 SK텔레콤이 내세운 아이폰 대항마는 삼성전자의 티옴니아2다. 내년 초 모토로라이의 ‘드로이드’가 나오기까지 주력 모델이다.

SK텔레콤은 아이폰 출시 후 T옴니아2의 보조금을 20만원에 40만원으로 상향조정하며 아이폰과 가격을 맞췄다. KT가 아이폰에 50만원 안팎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데 따른 대응책이다.

혜택은 이뿐 아니다. 티옴니아2 가입 고객에게 외장메모리나 차량용 충전기를 주고 경품이벤트로 캐나다 여행상품도 내걸었다. 때문에 하루 평균 가입자수도 600명에서 1000명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단말기 출고가를 4만원가량 떨어뜨린 삼성전자도 판매량이 늘어 오히려 수익이 늘었다.

◆통신ㆍ전자, 아이폰 불똥 일파만파


단기 판매가 늘었다고는 하나 SK텔레콤이나 삼성전자가 속이 편한 것은 아니다. 기존 티옴니아2 고객 역시 미리 구입해 금전적인 손해를 봤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1월25일 전후를 기준으로 티옴니아2를 구입한 고객의 부담이 수십만원씩 차이가 나다보니 미리 구입한 고객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아이폰을 겨냥한 전략폰인 티옴니아2의 보조금 지급이 갑작스레 벌어지다 보니 생긴 일이다. 게다가 일반풀터치폰인 햅틱 아몰레드는 최신폰인 티옴니아2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어 타 기종의 단말기 구입자까지 불만이 전이되고 있다.

따라서 IT분야 커뮤니티에서는 티옴니아2 구입자를 위한 해결책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SK텔레콤의 최신폰을 구입했다면 대리점에 항의해 현금 일부를 돌려받거나 삼성전자에 단말기를 돌려주고 환불받는 법 등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편 LG전자 역시 아이폰 때문에 피해를 본 케이스다. 아레나폰 이후 전략폰인 뉴초콜릿폰이 아이폰 등장으로 판매가 4만대에 그치면서 힘이 빠졌다.

LG텔레콤도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상황이다. KT와 SK텔레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보조금 때문에 데이터요금에 강점을 갖고 있는 오즈옴니아 보급이 벅차 보인다. 모두 올 겨울 국내 IT시장을 강타한 아이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아이폰이 만들어낸 웃지못할 풍경들

아이폰에 대한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아이폰과 관련된 기사나 관련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사용자들의 반응을 살펴보자.

1. 그동안 얼마나 받은거야?

아이폰 출시 이후 경쟁사들이 스마트폰에 대한 보조금을 늘리고 가격인하를 단행하자, 기존 시장이 그동안 얼마나 부풀려진 것이었냐며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옴니아2가 사과폰이 나오는 동시에 가격이 다운되었던 이유를 알 것 같네요. 옴니아는 사과폰의 상대는 못될 것 같다는... (쇼 블로거 이상*)

▶삼숑 가격 내리는 거 봐라, 이것만 봐도 아이폰은 성공한거다. 훈훈하구만. 삼숑이 얼마나 내수에서 마진을 남겼는지... 횬다이랑 비슷하네. 기술로 승부하면 되지 왜 가격을 내리냐. ㅋㅋ (다음쇼핑 개념충*)

▶크트(KT)의 아이폰 출시로 인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스크(SK)와 더블에스(삼성)는 가격인하로 승부를 걸지만.. 아이팟터치를 손에 한번이라도 쥐어 본 사람이라면 당연 아이폰으로 눈이 돌아갈 것. 다른 전자제품들 또한 이렇게 수입제품들로 인해 좀 혼나봐야 된다. (네이버 블로거 엘*)

2. SKT 댓글 알바 모집?

아이폰 공세에 밀린 SK텔레콤의 아르바이트 모집 논란이 최근 화두다. 최근 SK텔레콤은 온라인 카페 및 블로그에 옴니아2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대한 댓글 등을 통해 정보전달을 수행하는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공고를 올려 누리꾼의 비판을 받고 있다.

▶누가봐도 댓글 알바구만, 업체 핑계대긴 (디시인사이드 아미*)

▶이런 쥐같은 놈들, 제품으로 안 되니까 이제 더러운 짓까지 하네 (미디어다음 백*)

SK텔레콤 측은 아웃소싱 업체가 모집공고를 잘못 내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많은 누리꾼들의 날선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모두 아이폰이 만들어낸 현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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