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주 사외이사 '관치통로~권력화까지'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09.12.03 18:18
우여곡절 끝에 KB금융지주 회장이 3일 선임됐다. 경쟁 후보가 중도에 물러나고 강정원 행장 단독 면접과 회장 낙점을 거치는 과정에서 금융사(은행 또는 금융지주) 회장(행장)선임에 참여한 사외이사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금융지주 회장(당시는 은행장) 선임의 역사는 지난 97년 1월부터 시작됐다. 관치금융 시비에 탈피해 이해 당사자가 아닌 사외이사가 새로운 인물을 추천해 은행권에 새 바람을 불어넣자는 의도가 작용한 것이다. 2002년 7월까지 시행된 이 제도를 통해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등이 등장했다.

5년여 동안 계속된 이 제도를 통해 사외이사의 역할도 부각됐다. 하지만 관치금융 시비는 여전히 존재했다. 은행장 선임을 맡았던 사외이사가 은행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역설적으로 은행내 사정에 가장 어두운 사람이라는 비판도 나오면서 정부 등의 눈치를 본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은행 부실 확대 등으로 정부가 대주주로 있던 은행들도 많아지면서 눈치보기가 아닌 의견조율 과정이라는 항변도 있었다.

사외이사가 등장한 97년 이전에는 은행감독규정 내 ‘은행장 선임에 관한 지침’에 따라 전임 은행장 대표 3인과 고객대표 2인(기업고객 1인, 개인고객 1인), 주주대표 4인(대주주 2인, 소액주주 2인)으로 구성된 은행장추천위원회에서 행장을 낙점했다. 전임 은행장 대표가 3인이나 포함되다 보니 연공서열이 중시됐고 주주대표나 고객대표도 실질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시절이다. 이 때문에 파격인사, 젊은 피 영입과는 거리가 멀었고 관료 출신 전임 행장 등을 통해 관치금융 시비가 일기도 했다.

사외이사를 통한 은행 수장 선임은 2003년 3월 변화를 맞게 된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지분 구성에 따라 △민간대주주가 있는 경우 △정부나 관련기관이 대주주인 경우△ 민간 대주주가 없는 경우로 나눠 각각 행추위 구성 방식을 따로따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은 지금까지 전원 사외이사로 채워졌던 행추위를 사외이사, 주주대표, 금융전문가(또는 소비자단체 관계인사)로 구성하도록 했다. 정부는 주주대표 자격으로 행추위 위원 중 1인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당시 법상 대주주가 없는 은행들은 자체적인 방안을 마련했다. 그뒤 최근 2 ~ 3년 사이 은행들의 금융지주 전환이 줄을 이으면서 새로운 제도가 다시 도입됐다.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경우 ‘추천위는 사외이사 3명, 외부 전문가 3명, 대주주 대표 1명 등 7명으로 구성한다’는 운영 규정을 두면서 나머지 선발 절차나 기준은 모두 추천위원회에 일임했다.

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사외이사 전원에 의존하는 KB금융지주는 정부 지분이 없어지면서 독자적인 선출 절차를 마련한 경우다. 신한금융지주나 하나금융지주는 현 회장(라응찬 신한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은행 출범 초기부터 경영에 관여해 회장(또는 행장) 선임(연임)과 관련한 잡음이 거의 없었다.

KB금융지주 일부 사외이사는 강정원 행장이 국민은행에 2004년 입성한 이후부터 인연을 맺어 은행 내 또 다른 권력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일부 사외이사는 자회사들과 채권이나 용역관계에 있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관치의 통로라는 10여년전 비판부터 또 다른 권력이라는 현재의 곱지 않은 시선까지 사외이사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금융당국은 연내 은행권 사외이사제도 개선 방안을 확정,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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