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러시' 시대, 한은도 '채광' 나설까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 2009.12.03 17:07
금값이 그야말로 '금값'이다. 온스당 1000달러를 넘어선 금값은 두바이발 충격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1200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이제 2000달러 전망까지 나온다.

금값이 지칠 줄 모르고 오르면서 우리나라 금을 관리하는 한국은행의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골드 러시 시대= 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물 금값은 온스당 1212달러에 마감했다. 금값은 올들어서만 40% 가까이 급등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추가상승할 거란 예상이 힘을 받으면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월 18일부터 이달 18일까지 3개월간 저개발국 지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목적으로 금 403톤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는 즉각 절반에 가까운 200톤을 한꺼번에 사들였다. 달러 가치로는 67억달러쯤 된다. 지금까지 공개된 바로는 스리랑카가 10톤, 아프리카 국가인 모리셔스가 2톤을 샀다.

외환보유액 중 달러표시 자산비중이 큰 중국은 이미 이런 흐름에 가세했다. 중국이 관리하는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로 적은 수준이지만 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다. 9월부터는 공개적으로 금매입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도 금매입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지목된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에 눈을 돌린 배경에는 달러 약세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경제위기가 터질 때마다 달러부족에 시달렸던 신흥국을 중심으로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면서 더이상 달러에 목맬 이유가 없어져서다. 자연스레 보유 비중은 타통화나 금으로 다각화했고 이런 현상은 거꾸로 달러약세를 더 부추겼다.


◇한발 비껴선 한은= 이런 분위기에서 외환창고 열쇠를 쥐고 있는 한은은 한발 비껴나 있다. 지난 11월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708억9000만달러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중 달러표지 자산이 64.5%로 가장 크다. 금은 14.4톤으로 0.03%에 불과하다. 1998년 이후 11년간 한차례도 사지 않았다. 대여거래에 따른 이자만 미미하게 붙은 정도다.

한은 관계자는 금보유 확대 계획에 대해 "매입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니지만 매입 여부를 언급하긴 어렵다"며 "외환보유액의 증가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시장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만 했다.

장기적인 금값 추이를 봤을때도 큰 돈을 쏟아붓기엔 위험부담이 따른다는 지적도 있다. 1980년대 인플레이션이 닥쳤을 때 700달러까지 올랐던 금은 1997년 300달러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이성태 총재도 10월 국정감사 때 "1990년대와 비교하면 투자수익률이 좋겠지만 5~10년만 보고 투자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 매입에 관심을 보였던 중국의 인민은행 부총재도 이날 "금 가격이 매우 높아 인민은행은 거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며 금 투자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한은이 금 매입을 고려하더라도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려울 거란 시각도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달러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게 신흥국들의 기본적인 마인드인데 금보유 규모가 현저히 낮은 한은도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할 것"이라며 "다만 시장에 미칠 영향이나 통화외교를 고려할때 직접 공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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