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거래정지 전 자사주처분 배경은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 2009.12.01 17:06

펀드에 자사주 처분하며 자회사 콜옵션계약

한진해운이 지주회사 분할을 위한 매매거래 정지를 불과 며칠 앞두고 자사주를 처분하자 증권가에 미묘한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선 자사주 의결권을 복구시켜 최은영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매도 물량 확대에 따른 주가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에 무슨일이?

한진해운은 지난달 25일(결제일 기준) 시간외 매매로 자사주 320만주(3.62%)를 프라임밸류펀드에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주당 1만8750원으로 600억원 규모다. 전체 자사주 1398만주 중 320만주가 처분되면서 자사주 비중은 12.2%로 줄게 됐다.

이와 동시에 한진해운 자회사인 사이버로지텍은 이 펀드와 '풋앤콜옵션'을 체결했다. 프라임밸류가 주식을 소유하되, 팔 때는 미리 정해진 가격에 사이버로지텍에 매각해야 한다는 게 옵션 내용이다. 한진해운이 처분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되살아났고 그 권리는 사이버로지텍에 넘어간 셈이다. 한진해운 주식은 12월 1일 지주회사 분할을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 "최 회장 지배력 강화 포석" vs "유동성 확보차원일 뿐"

증권가는 싸이버로지텍이 의결권을 획득하면서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측 지분이 높아진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싸이버로지텍을 최 회장 쪽으로 분류하면 최회장 측 기존 지분 9.2%를 합쳐 12.8%로,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측 지분 9.1%보다 많게 된다.

이번 의결권 획득을 통해 최 회장이 한진해운의 지배력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그 동안은 최 회장이 회사를 경영하고 지분은 대한항공 측이 많아 소유와 경영이 통합되지 않은 듯한 형태"였다며 "회장 입장에선 지분이 낮은 데 따른 심리적 불안감을 가질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의결권을 많이 확보한 최회장이 지주회사 분할 이후 내년 주총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안건을 상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진해운은 2006년 유명을 달리한 고 조수호 회장 체제 이후 그의 부인인 최은영 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대주주 지분 경쟁과 연관짓는 것은 무리란 시각도 적지않다. 박용순 한진해운 부장은 "자사주의 대거 처분은 재무구조 약정 체결에 따른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이며, '풋앤콜옵션'을 체결한 것도 유통물량 확대에 따른 주가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윤희도 연구원은 "한진그룹이 계열분리를 해나가는 과정에 있고 과거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지분을 팔았는데, 지금 되사서 M&A를 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KTB투자증권 신지윤 연구원도 "M&A경쟁 가능성도,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지분 포기 가능성도 낮아 보여 현재와 같은 형태 지분관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최 회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주회사 출범을 설명한 뒤 그간 쟁점이 돼 온 지분문제에 대해서도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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