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갈라파고스 현상, 일본의 현대차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 2009.11.30 18:09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에 의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갈라파고스 섬은 생태계의 보고로 불린다. 오랜 세월 대륙과 격리돼 동식물들이 독자적으로 진화를 해와 다른 대륙과는 다른 생태환경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계 주류와는 따로 돌아가는 현상이 일본 시장에서 점차 심화되고 있다. 1억2000만이 넘는 인구와 풍부한 구매력 탓에 일본 기업들은 내수만 안정적으로 확보해도 안정적인 성장을 확보할 수 있는 탓이 크다.

휴대폰과 자동차 등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일본에서 의외로 고전하는 이유도 '갈라파고스' 현상으로 해석된다. 올 상반기 미국 '빅3' 업체인 포드를 밀어내고 세계 5위의 자동차 메이커가 된 현대차도 일본에선 예외가 되지 못했다.

지난 27일 현대차 일본 판매법인인 '현대모터재팬(HMJ)'은 판매부진을 이유로 승용차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2001년부터 일본 승용차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는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764대를 판매했으며 10여 년간의 누적 판매대수도 1만5000대에 불과할 정도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 자동차 시장의 폐쇄성은 세계에서도 손꼽을만하다. 지난해 일본 자동차 시장 규모는 507만7435대로 단일국가로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국가별로 3번째로 큰 시장이다.


하지만 수입차 판매량은 21만9231대에 그쳐 시장점유율은 4.3% 안팎에 불과하다. 토요타와 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를 갖고 있는 만큼 국산품에 대한 애정이 높을 수는 있지만 수입차에 대한 배타성은 지나치다는 분석이다.

일본 시장 진출 초기 현대차는 '쏘나타'와 '그랜저' 등 2000cc급 이상 중대형차를 주력으로 내세웠지만 곧 중소형차를 선호하는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i30' 등의 소형차를 출시했다. 또 한류배우인 배용준을 광고로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닫힌 일본 시장의 문을 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한 셈이다.

현대차는 1986년 소형차 '액셀'로 미국시장에 도전했다 품질문제로 철수했던 아픔을 겪었지만 이후 정몽구 회장이 주창한 '품질경영'을 도입해 현재는 미국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회사로 재탄생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번 일본 시장 철수도 당장은 아픔이 더 크겠지만 시장 상황에 맞춘 중소형차 개발과 품질상승 노력을 통해 현대차가 까다로운 일본시장에서도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로 삼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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