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남자' 정운찬, 돌파구는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9.11.26 16:49
정운찬 국무총리가 아슬아슬하다. 차기 대선구도상 정치권에 발을 디딜 때부터 견제가 적잖았던 정 총리다.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세종시 수정론이 난항을 겪자 '기회'를 기다리던 정치판엔 '살기'가 돌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여권에서 비판이 나온다는 게 문제다. '차기'를 노리는 친박(친박근혜)계와는 시작부터 악연이었다. 최근엔 '중립지대'에서도 '총리발(發) 세종시 잡음'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었다.

홍준표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6일 한 라디오에서 "총리실이 세종시 문제에 신중하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전 원내대표는 전날 내년도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다.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을 감안하더라도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중진이 비판 일선에 나섰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발언 수위도 높았다. 홍 전 원내대표는 "총리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세종시 성격을 4~7번 바꿨다" "진중해져야 한다" 등 구체적인 평가를 내놨다.

한나라당 세종시 특위 위원장인 정의화 최고위원은 지난 17, 23일 연이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법 개정 방침까지 밝히는 것은 올바른 당정 관계의 모습은 아니다" "확정되지 않은 방침을 흘려 여론을 탐색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유감을 밝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지낸 당 경제통 이한구 의원도 "세종시에 정부부처가 안 가면 모든 것을 희생해도 좋다는 식이나 국책사업을 결정하는 원칙을 파괴해도 좋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국정이 어려워진다"고 충고했다.

야당의 공세는 이미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교수 시절엔 관치경제를 혐오하더니 총리 돼선 신관치경제를 진두지휘하고 있다"(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 "취임식 직후엔 '송도 같은 도시', 그 다음에는 '녹색과학지식도시', 대정부질문에선 '교육산업도시'라는 식으로 식언을 버릇처럼 하는 '양치기 소년'"(박병석 민주당 의원) 등 원색적인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자유선진당은 해임촉구결의안까지 냈다. '총리직을 수행할 식견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인 만큼 정치색이 짙은 결의안이라지만 달가운 '이벤트'는 아니다.

정 총리로선 해법이 만만찮다. 가던 길을 돌아설 순 없다. 지금으로선 최상의 수정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원안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면 상처는 피할 수 없다. '갈아탄 배'에서 중상을 입으면 돌봐줄 이도 마땅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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