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개선안, 존속과 폐지 절묘한 '줄타기'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9.11.26 15:00
특목고 제도개선 연구팀(팀장 박부권 동국대 교수)이 26일 발표한 외국어고 개선안에는 존속안과 폐지안이 동시에 담겨 있다.

교육계에서는 강제 폐지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측면에서 존속안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그러나 '존속을 위해서는 과학고 수준의 교육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달려 있어 현 체제를 고수할 수 있는 외고는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존속론, 폐지론 체면 모두 살려 = 연구팀이 이날 제시한 외고 개편안은 '존속부터 자율형사립고 등 다른 형태의 학교로 전환까지 외고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되 존속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1안)'과 '특목고 지위를 없애고 외국어중점학교로 전환하는 방안(2안)' 등 두 가지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1안이 선택될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명박 정부가 그 동안 교육정책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강조해 왔다는 측면에서 강제 폐지는 아무래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군현 의원 등 한나라당 내에 외고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점도 이러한 견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외고협의회가 지난 19일 '듣기평가 폐지'를 뼈대로 하는 입시개선안을 내놓은 것도 존속안에 힘이 실리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을 필두로 정치권에서 그 어느 때보다 외고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는 측면에서 뽑은 칼을 다시 넣는 것도 부담이다. 때문에 연구팀은 외고 존속의 요건으로 '과학고 수준의 학급·학생수 조정'을 요구하는 안을 포함시켰다. 존속론자와 폐지론자의 체면을 모두 살릴 수 있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올 9월 현재 외고의 학급당 학생수는 36.5명으로 국제고(20.9명)와 과학고(16.9명)에 비해 월등히 많다. 학년당 학급수도 외고가 10~12학급인 반면, 국제고와 과학고는 6~8학급에 불과하다. 외고가 존속을 위해 과학고 수준의 교육여건을 갖추려면 정원을 줄이거나 시설을 늘리거나 둘 중 하나는 선택해야 한다. 둘 다 재정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박 교수는 "외고 정원이 과학고 수준은 돼야 한다고 본다"며 "학급당 학생수와 전체 외고 수를 줄여나가는 것이 1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담으로 변신 쉽지 않을 듯…"의지의 문제" = 1안이 채택된다고 가정했을 때 외고들은 외고로 존속하거나 국제고,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일반계고 중 하나를 2012년까지 선택, 전환해야 한다. 현재 자율형공립고 전환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전체 30개 외고 가운데 12개 공립 외고의 경우 정부 유도에 따라 자율형공립고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나머지 18개 사립 외고의 경우 존속 또는 국제고나 자율형사립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교육계 안팎에서는 자율형사립고보다는 존속 또는 국제고에 대한 선호도가 더 클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려면 법인전입금 부담이 연 7~8억원 정도로 대폭 커지는 반면, 학생선발권은 추첨제로 제한받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서울 지역 142개 사립고교를 대상으로 자율형사립고 전환신청을 받은 결과 전환신청률이 23%(33개교)에 그친 것도 이를 잘 반영해 준다.

그러나 외고가 현 체제를 유지하거나 국제고로 전환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교육여건을 과학고 수준으로 맞출 만큼 재정상태가 양호한 외고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30개 외고 가운데 자율형사립고로 전환될 수 있을 정도의 재정을 갖춘 곳은 3~4개 학교에 불과하다. 결국 재정사정이 획기적으로 나아지거나 존속 기준이 완화되지 않는 한 외고 존속 또는 국제고 전환이 쉽지 않다는 결론에 이른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의 학교 규모, 재정상태만 갖고 일괄적으로 어떤 선택을 내릴 지 예단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각 학교의 의지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고가 국제고로 전환되더라도 필기시험 등 학생선발권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국제고 전환은 겉옷만 바꿔입는 것일 뿐 사교육 부담은 그대로 지속된다는 지적을 고려해 교과부가 다음달 10일 최종안을 발표할 때 전반적인 고교입시 개선안을 담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다음달 10일 발표되는 최종안은 외고개선안이 아니라 고교체제 개편안이기 때문에 국제고 등을 포함해 고교입시 전반에 대한 개선안이 담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3. 3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4. 4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5. 5 "밖에 싸움 났어요, 신고 좀"…편의점 알바생들 당한 이 수법[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