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 무상실(是非 無相實)'...한상률의 화두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9.11.26 15:00

한상률 전청장 뉴욕 간담회 표정

그림 로비 사건, 정권 실세 인사와의 경주골프 회동, 정치권 핵심부에 대한 인사청탁 의혹 등 각종 파문의 핵심에 서 있는 한상률 전국세청장이 입을 열었다.

지난 3월 미국으로 돌연 출국한 뒤 칩거하던 한 전 청장이 자진해서 언론에 자신의 입장을 공식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편의 차장 승진을 대가로 자신이 3억원을 요구했다는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가인 갤러리 대표)의 주장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머물고 있는 올바니 소재 뉴욕 주립대 자신의 연구실에서 2시간여동안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한 전청장은 시종일관 세간의 의혹이 터무니 없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 전청장은 회견에 앞서 두 단락으로 된 짤막한 성명서를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한청장은 '성명'에서 "아무리 어이가 없더라도 참고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진실이 어디 가겠느냐"고 심경을 밝혔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5일(현지시간) 뉴욕 특파원들과 만나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한 전 청장은 "시비(是非)는 무상실(無相實)하여 구경(究境) 총성공(摠成空)"이라고 명심보감의 구절을 인용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표현했다. '옳고 그름은 실체가 없어 시비를 구구절절 가려봐야 남는 것은 빈껍데기밖에 없다'는 말이다.

실체가 없는 '설'을 근거로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자신은 결백하다는 말로 들린다.

한 전 청장은 "안국장을 두차례에 걸쳐 하향 전보조치 했었다"며 "이에 대한 원한과 자신의 잘못에 대한 물타기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자들의 질문이 불명확할때는 "안국장 말만 믿고 이야기하니까 헷갈리지..."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고 있는 한 전청장은 '인생 2모작'에 대한 의지를 거듭 밝혔다.
2모작 방안으로 '한국의 사회갈등과 해결방안'이라는 책을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자들에게 보여준 이 책의 서문에는 "분노 좌절 원망 원한을 가슴에 품고 평상심을 잃게 되면 결고 잠재적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다"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한 전청장은 5년 일정예정으로 미국에 왔으며 미국에서 최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명'에서 "적당한 시기가 되면 해명과 반박도 하고 내 인격과 국세청의 명예를 손상시킨데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회견에서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귀국할 것"이라고 말해 상황에 따라 귀국시기를 앞당길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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