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前국세청장 "3억 요구할 얼간이가..."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9.11.26 13:50

[일문일답] 3억요구설, 그림로비설 모두 부인...경주골프 사건도 '억울'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25일(현지시간) 미 뉴욕주 올바니의 뉴욕주립대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국 언론사 뉴욕특파원들과 만나 최근 제기된 의혹에 대해 심경을 밝혔다.
다음은 한 전청장과의 일문일답.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5일(현지시간) 뉴욕 특파원과 만나 최근 제기된 의혹에 대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이유는

“닷새전 홍혜경씨(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의 부인) 얘기 들으면서 거짓말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3억원을 요구했다는 건 우리 두사람만 아는 일 아닌가. 그런 적 없다고 입증할 방법이 없지 않나. 다만 거짓말을 하다 보면 결국 자가당착에 빠지고 논리상, 시간상 앞뒤가 안 맞게 된다.
주변에서 이렇게 가만 있으면 모든걸 긍정하는 셈이 되지 않겠느냐고 하도 답답해해서 오늘 이 자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앞으로 여러분을 만날 일 없을 것이다"

-정황상 정권이 바뀌고 유임을 위한 로비의 여지는 있었을 것 같은데

“국세청장 할 정도면 세상 물정 다 안다. 국세청장 임명될 때 3개월 정도 할 것으로 생각했다. 더 하라고 하면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팔자소관이다, 로비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 아니다.

-안국장에게 3억원을 받아서 자신이 만든 7억원과 합쳐서 10억원을 여권 실세에 전달하려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는 부하직원에게 그런 요구를 하는 바보가 있을까. 형제 지간이라도 어렵다. 그것도 자금조성 이유까지 설명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지 않느냐"

-그림 로비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림로비설은 인격살인을 당한 것이다. 사실 경주골프사건도 문제는 없다. 그만두고 나서는 참 억울하고 분했다. 다 말리더라. 그림 로비 등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국세청 명예는 어떻게 되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설명하고 싶은 내용이 있지만 검찰 조사도 있고 해서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경주 골프사건에 대해

"청장된 이후 전국 상공회의소를 순시했다. 앞서 부산서도 했는데, 내부에서 공식적 만남 보다 비공식 만나면 더 진솔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서 그렇게 했다

인근 지역 서장들하고 골프를 친뒤 대구상공인들하고 저녁 모임을 위해 차를 타고 가는 중에 대통령 동서인가 처남인가가 있다는 보고를 들었다. 그래서 차를 돌려 돌아갈까 하다가 그러기도 뭐해서 그냥 가서 식사했다. 다만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점은 인정한다"

-태광실업을 표적 세무조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안원구 국장이 얘기하는 거 중에서 그나마 가장 '팩트(사실)'가 포함된 게 이부분이다.
내가 국세청에 있으면 조사국장, 차장, 청장 때까지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것 중 하나가 기업들의 해외비자금 조사였다. 태스크포스도 만들었고 조사국과 경쟁도 시켰다.
밑에서 조사를 해서 첫 케이스로 올린 곳이 태광실업이었다. 밑에서 가지고 올라온 것을 어떻게 청장이 전임 대통령과 친분있는 기업이라는 정치적 문제로 묵살할 수 있나"

- 부산기업 세무조사에 왜 서울청 조사4국을 투입시켰나.
"베트남 현지법인 조사가 필요한 것인데 부산청에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안 국장은 한 청장이 청와대에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직보하는 자리에 자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안 국장이 내 얘기를 녹음한 녹취록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다. 내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녹음이 있을리 없잖나. 국세청은 철저히 보안 교육이 몸에 밴 곳이다. 내가 설사 청와대에 보고를 했다고 해도 내가 신임하지 않는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런 보고를 했겠나. 넌센스다.”

-출국 이유는? 기획 출국설이 제기됐는데

"사퇴하고 나서 억울하고 분통이 터졌다. 삭이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수사를 요청할수도 없고...그러던중 최재천 교수의 '인생을 2모작하라'는 책을 보게 된게 계기가 돼 비자를 받아서 온 것이다. 제2의 인생 준비를 위해서 유학을 가기로 했다.

-귀국계획은
"현재로서는 귀국계획이 없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귀국할 것이다. 하지만 등 떼밀려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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