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은은 182일물과 364일물 통안채를 정례 발행대상에서 뺐다. 각각 월별 5000억원과 1조원씩 발행해 왔다. 대신 한은은 1년물과 2년물 통안채를 2조원과 6조원 안팎으로 발행, 기존보다 5000억원과 1조원씩 증액했다.
182일과 364일물 통안채를 1년과 2년물 통안채로 흡수한 셈이다. 표면적으로 단기 통안채를 없애는 대신 중기 발행으로 돌린 것이다.
한은은 통안채 2년물의 매수가 늘어난 반면 단기 통안채는 반응이 미지근한 데 따른 시장의 수요 변화에 맞추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통안채 2년물은 지난 6월 일정기간 안에 추가로 발행할 경우 표면금리와 만기 등 발행조건을 일치시킨 '통합발행'을 실시한 후 수요 증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종전처럼 통안채를 발행할 때마다 조건이 다른 '낱장'식 구조를 개선한 덕분이다.
그러나 한은의 의도가 단순히 시장 수요에 맞추기보다 외화 유동성을 관리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은은 경상수지 흑자로 얻은 외화를 보관하고 원화로 바꿨을 때 불어난 원화 유동성을 그만큼 흡수하기 위해 통안채를 발행한다.
통안채의 이런 속성상 경상수지 흑자보다 통안채를 덜 발행하면 원화 유동성이 확대되고, 결국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정부가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감소 등을 우려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추론도 가능하다.
정부가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연초 이후 재정확대 정책을 펴면서 통안채 발행을 늘렸는데, 9월에 만기가 대거 몰리면서 경상수지 흑자와 통안채 발행량 간 차이가 더 커진 상태다.
한 증권사 채권 관계자는 "한은은 통상 1~2년물 통안채 발행을 통해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외화유동성을 관리한다"며 "이번처럼 단기물을 없애고 이 구간의 통안채 발행을 확대한 것은 좀 더 탄력적으로 외화유동성을 관리하려는 사전 준비 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이번 통안채 발행 변경은 외화유동성과 관계가 적고 최근 182일과 364일물의 수요 부진이 지속됐기 때문"이라며 "전체 발행물량이 결국 같기 때문에 발행량이 늘거나 주는 것으로 해석하는 건 오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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