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부터 129명 자살…수형자 관리 허술"(상보)

머니투데이 김선주 기자 | 2009.11.22 18:09
'서남부 연쇄살인범' 정남규(40)가 서울구치소에서 자살함에 따라 교정 당국의 수형자 관리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구치소가 정남규에게 재활용 쓰레기 봉투를 지급하면서 자살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을 간과했다는 지적과 함께 관리 소홀 문제가 제기됐다.

정남규는 지난 21일 오전 6시35분 쯤 거실에 있는 105cm 높이 TV받침대에 쓰레기 비닐봉투를 꼬아 만든 100cm 끈을 이용, 목을 매 자살을 시도했다.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정남규는 정밀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22일 0시 쯤 상태가 악화되면서 새벽 2시35분 쯤 끝내 숨졌다.

당시 근무자가 정남규의 자살 시도를 빠르게 인지하고 응급조치를 취했으며 자살 시도는 불가항력적인 일인 만큼 서울구치소 측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다.

반면 교정시설에서 자살한 수형자 대부분이 몇 주 전부터 자살 징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구치소 측에 자살예방 책임이 있다는 게 비판론의 요체다.

'정남규 자살 사건'이 해마다 대두된 수형자 자살 문제와 맞물려 교정시설 관리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확대되는 형국이다.

법무부는 그동안 수형자 자살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법무부가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자살을 기도한 수형자 422명 중 72명이 숨졌다.

매년 자살을 시도한 수형자 93명 중 17.2%에 해당하는 16명이 숨진 셈이다. 자살자는 남성, 초범, 수감된 지 1년 이내, 일요일 새벽이란 '공통 키워드'를 갖고 있었으며 대부분 감방에서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05년 자살시도 100명 중 16명 자살 △2006년 88명 중 17명 △2007년 70명 중 16명 △2008년 81명 중 16명 △2009년(9월 기준) 83명 중 7명 등이다.

혐의별로는 살인 혐의로 수감됐다 자살한 경우가 28명(38.9%)으로 가장 많았고 △성폭력 15명(20.8%) △절도 10명(13.9%) △강도 등 7명(9.7%) △마약류 3명(4.2%) △사기 2명(2.8%) △폭력 2명(2.8%) △방화 1명(1.4%) △기타 4명(5.6%) 순으로 나타났다.

양형별로는 △사형수 1명(1.4%) △무기징역 4명(5.6%) △15년이상 4명(5.6%) △10년 이상 15년 이하 5명(6.9%) △5년 이상 10년 이하 6명(8.3%) △1년 이상 5년 이하 11명(15.3%)로 집계됐다.

교정시설 입소 기간별로는 1년 이내인 경우가 46명(63.9%)로 가장 많았으며 △2년 이내 9명(12.5%) △3년 이내 2명(2.8%) △5년 이내 5명(6.9%) △5년 이상 10명(13.9%) 등이 뒤를 이었다.


자살 동기별로는 △신병비관 41명(56.9%) △중형에 대한 부담감 11명(15.3%) △구속 및 재판에 대한 불만 8명(11.1%) △범행에 대한 죄책감 4명(5.6%) △기타 8명(11.1%) 등으로 조사됐다.

자살 방식별로는 목을 매는 방식이 70명(97.2%)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살 장소는 독거실인 경우가 37명(51.4%)으로 조사돼 혼거실 32명(44.4%)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자살 시간대는 새벽이 25명(34.7%)으로 가장 많았다. 요일별로는 일요일이 17명(23.6%), 월요일 12명(16.7%)으로 집계돼 교도관들의 감시가 소홀한 휴일, 새벽을 노려 많이 자살한 것으로 분석됐다.

법무부의 2000년 및 2005년 국감 자료에 따르면 교정시설 내 자살자는 △1998년 5명 △1999년 10명 △2000년 10명 △2001년 7명 △2002년 8명 △2003년 5명 △2004년 12명 등 모두 57명으로 조사됐다. 1998년부터 2009년까지 모두 129명의 수형자가 자살한 것이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자살율은 독거실, 혼거실, 징벌실, 조사실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심리상태가 불안정한 사형수의 경우 독거실에서 혼자 생활하다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결과인 셈이다.

교정 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자살을 예방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대전교도소는 2006년 6월 자살미수 후 특별관리를 받던 재소자 A씨가 결국 자살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자살시도 직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A씨를 두고 담당 의사는 "심리적 안정이 필요하니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했으나 교도소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독거실에 수감된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했다.

안양교도소는 2007년 6월 '16년 간 복역한 무기수'가 자살해 화제가 됐다. 다른 수형자에게서 금품을 받으려다 발각돼 독거실에 격리된 수형자가 자살한 것. 그는 징역20년을 선고받은 뒤 16년을 복역, 4년 뒤면 출소할 예정이었다. 당시 타살 의혹이 일었지만 교도소 측은 이를 일축했다.

법무부는 수형자 관리 실태에 대한 논란이 일 때마다 다양한 개선안을 마련해 왔다. 2008년 12월부터 수형자 서신을 검열하던 방침을 폐기했다. 자살 및 폭행을 방지하기 위해 CCTV 등 전자장비의 제한적 사용을 허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형의 집행 및 처우에 관한 법률'을 개정했다.

지난해 6월에는 사형확정자도 일반 수형자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하던 사형확정자의 혼거실 사용을 '자살방지, 교육교화프로그램, 적정한 처우를 위해 필요한 경우'로 확대했다.

정남규가 자살한 직후에는 자료를 통해 "향후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사형확정자에 대한 처우 및 수용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용관리 강화 방안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법무부의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형자 관리 체계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민식 의원은 이에 대해 "처음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신병을 비관하면서 우울증에 빠져 수감 1년 내에 자살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초범을 상대로 입소 직후 자살 방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
  4. 4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5. 5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