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과 이건희 전 회장 사면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9.11.20 16:40

[財界 냉정과 열정사이]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요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사면 복권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보유했던 차명계좌를 당시 실명전환하지 못해 지난 5월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뒤 사실상 대외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사면의 목소리는 삼성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더 크게 들려온다. 유치지역 당사자인 강원도지사와 공동유치위원장을 중심으로 복권론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평창의 동계올림픽의 유치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세계 체육계의 거물인 이 전 회장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발표는2011년 7월 진행되지만 그 전에 유치전을 펼칠 수 있는 기회는 내년 2월 전세계 IOC 위원들이 모이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가 유일하다. 또 전세계 IOC 위원들을 접촉할 수 있는 것은 IOC 위원 밖에 없다. IOC 위원들은 IOC 위원들 외에의 접촉은 로비 등의 문제로 인해 제한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공동위원장들이 서둘러 사면을 촉구한 것도 내년 2월에 있는 밴쿠버 회의에 이 전 회장이 IOC 위원으로서 유치활동에 나서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현재 평창의 경쟁도시인 독일 뮌헨은 토마스 바흐 IOC 부위원장 등 IOC 위원 3명이, 프랑스 안시도 2명의 IOC 위원이 올림픽 유치를 위해 다른 나라 IOC 위원들을 접촉하며 뛰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 때 김운용, 박용성, 이건희 등 3명의 IOC 위원이 있었지만 김운용 위원과 박용성 위원은 IOC 위원 자격을 상실했고, 이제 연륜을 가진 IOC 위원은 이건희 위원만 남은 상태다.

선수들의 투표로 선출하는 선수위원으로 문대성 위원이 있기는 하지만 혼자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스포츠계의 위상으로 보나 IOC 내의 네트워크로 보나 지난 1996년부터 10여 년간 IOC 위원으로 활동한 이 전 회장의 역할이 절실한 게 현실이다.


이 전 회장은 고등학교 시절 레슬링 선수로 활동해 전국체전에 출전한 것은 물론, 일본 유학시절에는 대학 내 골프 동호회에서 활동하는 등 스포츠맨이었으며, IOC에서의 활동도 적극적이었다. 삼성그룹도 지난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부터 IOC 톱스폰서 역할을 하면서 올림픽 발전에 기여해 왔다.

이 전 회장 개인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굳이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어 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불편할 게 없는 삶이다.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이 전 회장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묶여 있다.

개인적 차원을 떠나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능력과 경륜을 갖춘 이 전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힘을 보태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전 회장이 사면이 되지 않을 경우 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체육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사면 요구가 일고 있는 것이다.

사면론의 기저에는 능력 있는 장수의 발을 묶기보다는 전장에 나서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자는 의미가 깔려있다. 이는 단순히 이건희 전 회장 개인의 사면 복권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자산을 살리자는 의미다.

우리는 이 전 회장이 자신의 가치를 국제사회에서 국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키를 가지고 있다. 그의 IOC 위원자격이 박탈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직무를 정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의 사면이 그 열쇠다.

'전쟁 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동계올림픽 유치전이 한창인 지금 '능력을 가진 장수'를 뛰지 못하게 가두고 있는 형국은 아닌 지 되짚어볼 일이다.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4. 4 "밖에 싸움 났어요, 신고 좀"…편의점 알바생들 당한 이 수법[영상]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