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이 기업인에게 서운(?)한 이유는

진상현 송선옥 기자 | 2009.11.20 15:00

대법인 세무조사 주기 연장 요청에 "반드시 4년마다 세무조사"

- 百국세청장, 취임 이후 두번째 기업인 만남
- 이례적으로 기업인들 다양한 의견 쏟아내
-"기업에게 부담주는 세무조사 상상할 수 없어"


“통상 5년인 대기업의 세무조사를 4년 주기로 정례화하면 기업부담이 크니 선처를 바란다”(신정택 부상상의 회장)

“연매출 5000억원 이상 대법인은 반드시 4년마다 세무조사를 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백용호 국세청장)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세청장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 간담회에서는 ‘4년주기 세무조사의 정례화’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전국 상공인의 세무조사 주기 완화 요청에도 백 청장은 ‘반드시’라는 용어를 사용할 정도로 단호하게 거절의사를 밝혔다.

백 청장은 “세무조사를 해도 세금을 많이 납부하지 않고 5년주기로 세무조사를 하면 오히려 가산세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올해 대법인의 세무조사 결과 쟁점이 있는 기업을 제외하고 각 기업이 세무조사 후 추징당한 세금이 50억원을 조금 초과했다. 이는 회계처리상 이견 때문일 뿐 세무조사를 한다고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 "세무조사를 받아도 기업들이 추징당할게 별로 없다는 인식이 국민에게 퍼지면 오히려 국민들도 대한민국 기업들이 투명하게 기업활동을 하는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해 세무조사가 단순히 사후점검의 의미가 아니라 투명경영·회계를 위해서도 필요한 단계임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 4일 중소기업중앙회에 이어 백 청장과 기업인의 두번째 만남이다. 특히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국세청장 앞에서 이례적으로 기업인의 다양한 건의사항이 쏟아져 눈길을 끌었다.


국세청이 이전처럼 권력기관이 아니라 국세행정 서비스 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의에 “원칙적으로 하겠다”는 원론적 발언만이 이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최근 세수부족을 충당하기 위해 세무조사가 증가했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백 청장은 정면 반박했다.

백 청장은 “분명히 말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면서 “지난해 10월 글로벌 경제위기로 많은 기업들의 세무조사를 일시중지, 유예했다가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건수가 늘어났을 뿐 무리하게 세무조사를 확대한다던지 기업들에게 부담을 주기위한 세무조사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법인의 세무조사 비율은 2000년 중반 한 때 1.5%에 도달한 적도 있지만 매년 1%정도이고 올해는 0.7~0.8%로 예상된다. 이에 반해 일본은 5%로 한국보다 높은 편이다.

이 자리에서는 세무조사 외에도 수평적성실납세제도 확대운영, 중소기업 가업승계 지원제도 확대, 접대비 증빙기준 완화, 최대주주 상속 증여시 할증과세 폐지,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 유지 등 전국 상공인 대표들의 발언들이 1시간 넘게 이어졌다.

국세행정보다는 세제개편안에 가까운 건의사항에 지친듯 백 청장은 “이렇게 어려운 질문들이 나올 줄 정말 몰랐다”며 “(국세청이 잘 하고 있다고)격려해주실 줄 알았는데 어려운 답변을 요구하시니 한편으로는 조금 서운하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기업, 국민과 국세청간 거리가 좁혀지고 신뢰와 친근감이 많아지니 국세행정과 세제행정이 다른 걸 알면서도 여러 문제를 건의하게 된 것”이라며 “납세자를 위해 많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라면서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손경식 회장을 포함해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준 LG상사 부회장, 이순종 한화 부회장, 이인원 롯데쇼핑 사장 등 기업인 40여명과 국세청 주요간부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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