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기습'에 국내외 IB도 '난감'

더벨 이재영 기자 | 2009.11.20 09:45

시간 제한 6일... 갑작스런 RFP에 '비상근무 돌입'

더벨|이 기사는 11월19일(11:0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엄청 고생하겠네요. 일주일간 집에 갈 생각은 포기해야겠는데요."

국내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가 될 것으로 보이는 삼성생명이 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가며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부산스러워졌다. 특히 이번 삼성생명 상장은 예상치 못했던 데다 준비 기간도 짧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17일 오전 국내외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IPO와 관련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RFP에는 주요 평가 기준과 함께 23일 낮 12시 입찰제안서 마감→우선협상후보자(숏리스트) 선정 후 25일 프리젠테이션→27일 주관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라는 일정이 빠듯하게 들어가 있었다.

대한생명·미래에셋생명 주관사 선정이라는 폭풍우를 뚫고 난 뒤 한숨 돌리고 있던 증권업계에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RFP였다. 대형증권사 IPO 관계자는 "생각지도 못했던 RFP가 갑자기 날아와 깜짝 놀랐다"며 "하필 그 날 부서장이 독감 증세로 자리를 비워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심지어 삼성생명의 IPO 컨설팅을 맡았던 골드만삭스에게도 RFP 발송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골드만삭스 역시 17일 아침 RFP 수령 이후 부랴부랴 입찰제안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생명 상장이 내년 초에나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일선 IPO 부서들은 RFP 도착 후 하던 일을 '전면 중단'하고 긴급회의를 열었다. RFP를 받은 한 중소형 증권사는 트랙레코드 등의 문제로 단독 입찰이 어렵다고 판단되자 급히 컨소시엄을 구성할 파트너를 찾아 나섰다.


삼성생명이 입찰제안서 제출까지 제시한 기간은 주말을 포함해 만 6일이다. 주관사 경쟁전에 참여하려면 100~130페이지에 달하는 입찰제안서를 이 기간 안에 만들어내야 한다. 입찰제안서에는 보험업종에 대한 분석 및 전망·상장여건 분석·공모가 산정방법·인수 구조·마케팅 전략 등 구체적 IPO 방법이 총망라된다. 녹록지 않은 작업이다.

또다른 증권사 IPO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도 RFP를 받고 입찰제안서를 제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2주 정도지만 삼성생명은 사전에 준비를 못했다는 점이 문제"라며 "꼼짝없이 야근에, 주말 출근을 해도 시간을 맞추기 버거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입찰제안서 마감 이틀 후 바로 프리젠테이션이 이어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입찰제안서를 준비하는 빠듯한 기간 동안 프리젠테이션 준비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대한생명과 비슷하게 삼성생명도 국내외 합쳐 10곳 정도의 증권사로부터 프리젠테이션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통 증권사 한 곳에 주어지는 프리젠테이션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다. 중요한 내용과 타사와의 차별성을 요점만 추려 설명해야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론 입찰제안서를 완성한 후 이를 압축해 내용을 구성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엔 시간이 워낙 빠듯해 입찰제안서 제작과 동시에 프리젠테이션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한 실무자는 "프리젠테이션까지 함께 준비하려면 비상근무를 해도 부족한것이 사실"이라며 "어쨌든 발행사가 원하는 데로 일정을 맞춰줘야 하는 것이 이쪽 업계의 생리 아니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발행사인 삼성생명은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 업계 분석일 텐데 그건 이미 대한생명 등 준비하며 증권사들이 다들 가지고 있는 자료"라면서 "일주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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