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친정집마저…' 사면초가 임태희노동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9.11.19 15:19
사면초가. 요새 임태희 노동부 장관(사진) 입장이 이렇다. 노동계 최대 현안인 복수노조와 노조전임자 임금 문제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노사정 6자 협상 시한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입장차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20, 22일 잇달아 회의가 열리지만 각자 길을 가기 위한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대선 당시 정책연대를 맺은 한국노총과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 한국노총 내부에선 "차라리 총파업으로 가자"는 말이 나온다. 이미 지난 16일부터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여의도 천막농성에는 매일 1~2개 회원조합이 참여하고 있다. 임 장관은 어떤 경우라도 기존 방침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불편한 기색은 감춰지지가 않는다.

시선을 집안으로 돌리면 더 속이 쓰리다. 노동부에선 "'친정집'이 도와주진 못할 망정 '건너집' 역성을 들고 나섰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나라당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 모임 '민본21' 얘기다.

임 장관은 19일 '민본21' 초청 간담회에 참석했다. 민본21은 복수노조 설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중소규모 사업장에 한해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을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법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과는 정반대다. 한국노총 출신인 김성태 ·현기완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한 참석자는 이날 간담회 분위기를 "12 대 1의 공박이었다"고 전했다. 입장차는 노사정 6자회담 못지않았다. 임 장관은 13년간 유예돼 온 노조법은 이제 시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고 민본21은 우려를 표했다. 간담회는 예정시간을 넘겨 2시간 이상 진행됐다.

임 장관은 "과거 관행대로 논의만 하다 유예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지만 힘들더라도 보완 방향을 마련하고 한 번 이겨내 보자는 생각으로 정부가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기존의 노조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쪽에선 새로운 노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에 대해서도 "노조가 이제는 재정적 자중성이 강화해 당당한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민본21 소속 의원들은 법안 내용과 추진 과정을 문제 삼고 나섰다. 김성태 의원은 "노사관계에 정치권이 관여해서 깨는 행태로 비쳐지고 있다"며 "노동부는 노사 문제의 중재자가 돼야지 중심이 되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현기환 의원은 "무엇보다 노사 자율성이 존중돼야 한다"며 "법으로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나라는 없다"고 비판했다.

기업 대표 출신인 김세연 의원도 "산업 현장에서 충분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노동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변화가 생기면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본21 간사 황영철 의원은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의 정책연대는 중요한 기반"이라며 "그것이 깨질 수 있다는 점을 당과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장관은 이에 대해 "법 시행이 현장의 평화를 깨는 교각살우가 되지 않도록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며 일부 조정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원안의 취지는 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민본21은 간담회 뒤 노사정 6자회의에서 끝내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자체 입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 금지를 명문화 한 노동법 개정안은 지난 1997년 통과됐다. 이후 노동계 반발로 3차례 유예된 끝에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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