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경영자의 삶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 교수 | 2009.11.19 08:26
지난 5일 경총 등이 주관한 기업가정신 주간 중 투명경영에 관한 사례발표회가 열렸다. 이 발표회에서 필자는 투명경영의 의미와 내용 등에 관하여 발표하였는데 발표가 끝난 후 한 토론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투명경영의 의미와 투명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인 측면은 잘 알게 되었다. 그러나 제도만으로는 투명경영의 궁극적 실천은 어렵고 결국 개인의 의식이 중요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하면서 경영자의 의식의 변화에 관한 필자의 의견을 물었다.

발표회 바로 전날 자살로 삶을 마감한 박용오 두산그룹 전회장의 비보와 이 질문이 오버랩되었지만 시간도 부족하고 장소가 투명경영에 관한 발표회였기에 필자는 투명경영과 관련된 경영자의 의식에 관한 내용만을 답변에 할애하였다. 그 때 필자가 제시한 답변을 중심으로 경영자의 삶과 관련된 생각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어 보려 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껭에 따르면 자살은 개인의 고독한 결단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사실’이다. 예컨대 가치관의 상실과 혼란으로 인하여 올바른 방법으로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는 아노미 현상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혹은 사회적 유대감의 상실이나 집단에의 지나친 몰입 등도 개인의 자살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요인들이라 할 수 있다.

미시적인 관점을 덧붙인다면 개인의 의식 속에 투영된 사회의 모습이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자살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는 사회적 현상과 개인의 측면이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우리사회의 경영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자살(혹은 자살로부터 벗어남)과 관련된 ‘사회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은 무엇일까.

패배자는 용서받을 수 없는가

경영자들의 자살은 경영실패에 대한 사회로부터의 비난과 자괴감 등이 주요 동기인 것처럼 보인다(좀 더 학문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인간의 실패는 불가피한 것이고 어쩌면 실패로부터의 학습이 삶의 윤활유임을 부인할 수 있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우리 사회는 본질적으로 패자부활전을 허용하지 않는 사회처럼 여겨진다. 한번 패배자는 패배자라는 낙인으로부터 벗어나가기 너무나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른 바 ‘루저’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루저’라는 발언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성공한 자만이 존중받을 자격이 있고 실패한 자는 무시하여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극복하자는 움직임 절실히 요구된다. 실패에 대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참회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용서라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사회, 패배자에 대한 관용과 재기를 격려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삶의 길은 단 하나인가

자신의 모든 것을 사업의 성공에 다 걸고 옆도 보지 않고 쉬임없이 달리기만 하는 것이 삶의 본질인지 따져 물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본성을 바꿀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하면 더 큰 경제적 위기가 오리라’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 전 의장 그린스펀의 지적처럼 이제 경영자도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찾아 나서고 실천하는 시점이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삶의 궁극적인 모습을 따져 묻고 성찰하는 능력인 영성지수(Spirituality Quotient)에 관한 점증하는 관심이 삶의 폭을 넓히고 대안적 삶을 찾는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다.

또한 최근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특히 경영자들 사이에 열기가 점 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인문학이 경영에 있어서 전혀 다른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기업의 혁신과 개인의 창의적 사고에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인문학 열풍이 그와 같은 수단적 동기하에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인문학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삶에 관한 학문이다. 인문학은 삶의 본질과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 다름이 아니다. 따라서 경영자들의 인문학에 대한 열풍은 삶의 폭을 넓히고, 앞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옆도 차근차근 살펴보면서 살아나가는 태도와 행동을 취하기 위한 따뜻함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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