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늑장처리에 속타는 정부, '도와줘'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9.11.17 16:31
내년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을 2주 남겨두고 국회의 늑장심의에 정부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 그동안 간신히 되살려놓은 경제회복의 불씨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해보다 예산안의 신속한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최근 국회 돌아가는 면면을 볼 때 예산안 통과가 법정처리시한인 12월2일을 넘기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예산안을 놓고 현재 여야 정치권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난 16일 원내 수석부대표 접촉을 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한나라당은 내달 9일까지 예산안 심의를 마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민주당은 12월 임시국회 개최가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헌법54조2항은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 12월2일을 법정 처리시한으로 못 박고 있다. 예산 확정 후 정상적인 집행 준비까지는 30여일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지방자치법도 이 같은 일정을 감안해 자치단체의 예산확정 기한을 광역단체의 경우 12월17일로, 기초단체는 12월22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이 정한 시한은 정작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올해도 국회가 시한을 맞추지 못하면 7년째 법을 지키지 않는 셈이다.

대선이 있던 2002년에만 11월8일 예산안이 조기 통과됐을 뿐, 2007년까지는 매년 12월27일을 넘겨 예산안이 통과됐다. 2003년에는 12월30일, 2004년 12월31일, 2005년 12월30일, 2006년 12월27일, 2007년 12월28일 각각 예산안이 통과됐다. 평소 기획재정부 예산실 공무원들이 "제발 크리스마스만은 가족과 보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는 것도 엄살이 아니다.

지난해의 경우 유례없는 경제위기로 인해 예산안이 12월13일 통과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신속한 재정 조기집행으로 이어져 침몰하는 경제를 되살린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예산안 처리 지연에 따라 예산집행이 늦어질 경우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이제 막 살아나는 경기회복 기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경제위기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ㆍ중산층에 대한 지원이 늦어질 것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다.

정부 살림살이 측면에서도 내년도 예산안 통과는 '분ㆍ초'를 다툴 만큼 절박하다. 그동안 재정을 앞당겨 집행한 결과 4분기 재정여력은 충분치 않다. 이 때문에 정부는 최대한 내년도 예산안을 빨리 통과시킨 후 예산 조기배정을 통해 재정난을 해소해야 한다.

예산안이 제때 통과되지 못할 경우, 내년 1월1일부터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 역시 지방예산을 지방의회에서 제때 처리할 수 없다.

정부의 마음은 급하지만 내년도 예산안은 예년에 비해 걸림돌이 많다. 여야간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17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국토해양부 등 5개 부처 장관들이 예정에 없던 합동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선 것은 국회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고, 더 나아가 국민의 공감대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예산안이 빨리 확정돼 국민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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