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우리금융 매각에 침 마르는 예보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 2009.11.17 06:55
"요새 침이 바싹바싹 마릅니다. 거의 온종일 주가를 쳐다보는데 내릴 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에요. 주가가 오를 때도 불만입니다. 다른 주식과 상승폭을 비교하게 되는데 만족스럽지 않다고 생각돼서 무척 화가 납니다."

우리금융의 소수 지분(7%) 매각작업을 맡은 예금보험공사 실무책임자가 기자에게 무심코 털어놓은 말이다. 예보는 외환위기 때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 금융기관을 정상화했다.

이 과정에서 태어난 우리금융은 매년 1조~2조원의 순이익을 거두는 등 우량 금융기관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에서 발생한 적잖은 손실 탓에 흠집은 났으나 올해 순익은 1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예보는 우리금융 지분 73% 가운데 7%를 우선 블록딜 형태로 시장에 매각하려 하지만 그리 간단치 않다고 한다. 무엇보다 주가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우리금융은 유독 다른 금융주보다 탄력이 둔하다는 것이다.

예보 책임자는 지분매각을 위해 오랫동안 주식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의 입에선 각 금융회사의 주가순자산배율(PBR)을 비롯해 PER·EVITDA 등의 수치가 술술 나왔다.


그는 "주가가 빠지면 머리카락도 같이 빠질 정도고 가족들에게 신경질을 낼 때는 깜짝 놀라기도 한다"며 "왜 우리금융 주가는 이 정도밖에 안되느냐는 말도 달고 산다"고 토로했다. 간혹 주가에 부정적인 기사나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나오면 스트레스가 더욱 커진다고도 했다.

우리금융 주가가 그리 약했던 건 아니다. 3분기 실적이 좋지 않던 KB금융보다 강세를 보였고, 신한지주나 하나금융 등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았다. 예보 실무자의 과민반응은 공적자금을 한푼이라도 더 회수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읽혔다.

그를 위로할 겸 "시장이 어렵다면 현 수준에서 처분할 일이지 그렇게 스트레스받을 필요가 있나요"라고 농을 건넸다가 곧바로 면박을 받았다. 그는 공적자금이기 앞서 국민의 지갑에서 나온 돈이어서 함부로 다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다 '심각한' 반격에 당혹스러웠지만 마음은 오히려 든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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