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구장 개발 '돈'될까? '돌'될까?

광주=장철호 기자 | 2009.11.19 10:39

[머니위크]광주 돔구장 건립…논란 증폭

"무등경기장은 시설이 워낙 낙후돼 야구인의 한사람으로 관중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방송 해설을 맡았던 허구연 해설위원의 말이다.

광주권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새로운 야구장 건설' 또는 '대대적인 개보수'를 단골 공약으로 내놓았다. 급기야 올해 기아타이거즈가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안으면서 야구장 건립 계획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지역민의 열망에 초현대식 야구장 건립으로 부응하겠다는 것.

현재 국내에는 서울과 광주를 비롯한 전국 4개 도시가 사계절 사용 가능한 돔구장을 건립키로 했다. 하지만 세계 유수의 돔구장들이 적자운영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인구 140만의 광주시에 돔구장이 꼭 필요한가에 대한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또한 광주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은 채 정치적 의도로 돔구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거세다.
↑대구 돔구장 조감도

◆전국에 돔구장 붐

현재 돔구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자치단체는 서울, 안산, 대구, 광주 등 모두 4곳이다. 이 가운데 자체 재원을 부담하는 서울을 제외하고 나머지 3곳은 민자유치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4월 기공식을 가진 서울 고척동 돔구장은 당초 지붕의 절반을 덮는 하프 돔에서 완전 돔으로 설계변경 중이다. 내년 1월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해 2011년 12월 완공할 계획이다. 건설비용은 1000억원가량. 2만2258석 규모로 잠실경기장(3만석)보다 조금 작다. 서울시는 돔구장이 지난 2007년 해체된 동대문야구장의 대체 시설인 만큼 아마야구 경기장으로 사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국내 최대 시설로 들어설 안산 돔구장은 총 사업비 1조2737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안산 돔구장은 단원구 초지동 일대 20만㎡에 3만2000석 규모로 지어지며, 50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와 공공청사 등이 무리지어 들어선다. 안산시는 연내 민간사업자 선정을 마치고, 내년 지방선거가 끝나는 7월 초에 착공, 오는 2012년 말 완공 목표다.

광주와 대구 돔구장은 각각 2013년과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최근 포스코건설과 돔구장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포스코건설이 2개월 내에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제안하면 광주시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사업이 추진된다.

돔구장은 건립비용은 3000억~4000억원. 프로야구뿐 아니라 각종 공연, 콘서트, 이벤트 등 날씨에 관계없이 전천후 이용이 가능한 멀티플 스포츠ㆍ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개방야구장은 공사비 1000억원, 운영비 70억원 등을 시비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열악한 재정여건을 감안할 때 민자유치가 불가피한 선택이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사업자로부터 제안서가 접수되면 각계의 의견 수렴 절차를 이행할 것이며, 100년 앞을 내다보는 광주의 랜드마크로 건립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건설, 어떤 조건이었을까?

4000억원가량이 소요될 광주시 돔구장을 기부채납하는 포스코건설은 연간 100억~200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부담해야 한다. 광주시는 포스코건설의 수익구조를 보존하기 위해 대규모 개발 사업권을 제공할 예정이다.

광주시는 단순한 부지제공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면적으로 보면 상당한 개발이익을 보장받는 셈이다. 돔구장 부지와 스포츠타운, 주택개발 부지까지 싼값에 제공받아 막대한 분양수익을 낼 수 있다.

민자가 투입되는 공영개발의 경우 운영권과 인센티브 혜택을 주는 것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그렇지만 자치단체는 과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특혜논란의 중심에 서곤 한다.

김기홍 광주 경실련 정책부장은 “돔구장 건설과 관련해 광주시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이 아쉽다”며 “400억원 규모의 특급호텔을 짓기 위해 2000억원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민간기업에 준 전례에 비춰 4000억원이 소요되는 돔구장은 최소 1조원 이상의 혜택을 줄 것이 뻔한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적자 운영 면할 수 있을까

세계 최초의 돔구장은 지난 1965년 미국 휴스턴에 건립된 애스트로돔이다. 미국에는 현재 8개의 돔구장이 있다. 일본은 1988년 건설한 도쿄돔을 비롯해 6개의 돔구장을 가지고 있다. 이들 돔구장은 프로팀의 홈구장으로 사용된다. 야구의 본고장 미국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나름대로 수익을 내며 자생력을 키워 왔다.

하지만 일본은 도쿄돔을 제외한 나머지 돔구장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돔구장 건립에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지만 연간 고액의 유지관리비가 더 큰 문제다. 도쿄돔의 경우 공기부양식이어서 하루 평균 1억2400만원이 들어간다. 야구 경기가 열릴 때면 청소 인력 등 인건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하루 평균 2억원을 벌어야 운영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1년에 70게임 정도 소화하는 도쿄돔은 야구가 없는 날 콘서트나 민간행사 등을 꾸준히 유치하고 있다. 돔구장의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
↑일본 도쿄돔

인구 1300만명이 거주하는 도쿄돔은 요미우리자이언츠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야구 경기에 하루 평균 4만3000명의 관중이 들어오고, 입장료도 우리나라보다 5배 정도 비싸다. 요미우리자이언츠는 도쿄돔 1일 사용료로 무려 2억2800만원을 부담한다고 한다. 엄청난 금액이다. 한신 타이거즈가 오사카돔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광주나 대구시가 도쿄돔처럼 부대시설을 갖춘다면 흑자를 낼 수 있을까? 143만 광주 시민들은 도쿄 인구의 10% 수준이다. 경제 규모에 현격한 차이가 있고, 야구 열기도 다르다. 광주는 이미 김대중컨벤션센터와 월드컵경기장, 염주체육관, 5ㆍ18문화센터 등 대규모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시설이 많다. 그렇지만 이들 시설도 행사를 유치하지 못해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야구경기가 열리는 60일을 제외하고 300일 가량 대형 행사와 콘서트를 유치한다는데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게다가 국내 프로야구의 평균관객이 게임당 1만여명이고, 기아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에 우승한 올해 광주 무등경기장의 평균 입장객은 8000여명 수준에 불과해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재정적자

상당수 광주 시민들은 돔구장 건설과 관련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제2 지하철 사태가 오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광주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광주시가 돔구장 구상을 발표하기 전 시민들의 의견은 전혀 묻지 않았고,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아 향후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건설을 맡은 기업에 특혜를 주거나, 시비 부담을 안을 경우 어떤 형태로든 광주시민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채무로 허덕이고 있는 광주시의 재정 규모를 먼저 살펴보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응식 조선대 체육학과 교수는 “추위, 태풍, 장마 등의 날씨 변수와 환경 등에 제약을 받지 않는 돔구장 건설은 체육인의 한사람으로 반긴다”면서도 “광주시의 재정규모, 경제성, 시민들의 의식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과연 돔구장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도시인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에 반해 전학철 광주시체육회 사무처장은 “광주시는 2만5000석 규모를 수용하는 대형체육관이나 스포츠 시설이 없다”면서 “돔구장 건립을 통해 각종 국제행사를 유치할 경우 광주 브랜드가치 상승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종관 광주타임즈 편집국장은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야구장 건립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광주의 야구인구와 야구열기, 경제성 등을 고려할 때 현명한 방안과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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