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으로 끝난 하이닉스 인수의 '꿈'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 2009.11.12 13:34

(종합)효성 인수철회 선언...'특혜시비 논란'-'시장과의 소통실패'가 이유

"매우 안타깝고 힘든 결단을 내리게 됐다."

효성그룹이 11일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의향을 전격 철회했다. 이로써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해 메모리 반도체와 전자소재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그룹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던 야심찬 '꿈'도 다음으로 미뤄지게 됐다.

◇'하이닉스 경쟁력'-'산업발전 측면'서 인수검토 =효성은 이날 인수포기 배경을 설명하면서 "하이닉스 인수 후 40년이 넘는 제조업 부문의 경험 및 스판덱스, 타이어 보강재 등에서 글로벌 1위의 위상을 갖고 있는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발광다이오드(LED)를 비롯한 신성장동력과의 시너지를 확보하고 당사의 기존 사업을 재편해 메모리 반도체 및 전자소재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그룹으로 거듭날 계획을 세웠다"며 강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를 검토한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는 하이닉스의 경쟁력을 높이 샀다. 효성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전망과 하이닉스의 경쟁력에 대해 오랫동안 검토한 결과, 하이닉스가 선폭 미세화를 통한 경쟁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글로벌 2위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과거 다수의 공급업체들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출혈경쟁을 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수급이 안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두번째는 국가기간 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대승적 관점에서 하이닉스 인수에 나섰다고 밝혔다. 효성은 "하이닉스는 반도체라는 국가 기간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임에도 인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한국기업은 없었다"며 "국가경제와 산업의 발전을 위해 인수를 검토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에 상당한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효성 내 인수팀이 하이닉스 관계자들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인수를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석래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층에서도 관심을 갖고 추진한 만큼 인수의지에 진정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효성도 이날 "하이닉스 인수 추진을 위해 연간 70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일부 사업부 및 자산매각 △지주회사 전환 및 해외부문 상장 등을 통한 자금확보 △국내외 재무투자자와 컨소시엄 구성 등이 포함된 인수계획을 철저하게 준비해왔다"고 강조했다.

◇특혜시비 논란에 '발목'..시장과 소통 실패도 원인 =효성의 이 같은 꿈을 무산시킨 것은 특혜시비 논란. 효성은 "최근 세간에서 제기되고 있는 특혜 시비로 인해 공정한 인수추진이 어렵게 됐다"면서 "어떻게든 좋은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특혜 시비가 불거지는 상황이라면 협상을 진행할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인수 포기 배경을 설명했다.

시장과의 소통 실패도 이유로 거론했다.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 시장의 오해와 억측, 루머가 난무했다"며 "이번 일을 통해 시장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통감했으며 앞으로 주주 및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효성의 고위관계자는 "이번 인수전을 계기로 경영진들이 시장의 준엄함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절감했다"며 "앞으로도 시장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주주가치 극대화와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만 효성은 검찰의 비자금 부실의혹이나 조 회장 아들의 해외부동산 구입 의혹 등은 인수 포기를 결정하는데 고려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이닉스 인수는 철저하게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모든 결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한편 효성은 전날 밤 경영진 회의를 열어 하이닉스 인수 철회를 결정했으며, 이날 오전 발표시점을 최종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동안 하이닉스 인수전은 임원(상무)급을 포함해 10여명으로 구성된 전략본부 내 '경영혁신팀'이 주도해왔다. 이 팀은 이상운 부회장이 이끌었으며, 윤필환 상무가 실무지휘를 해왔다. 물론 인수합병(M&A)과 관련된 최종 판단은 조 회장이 했다는 게 효성의 전언이다.

효성 관계자는 "최종 결정은 조 회장이 했지만 경영진과의 충분한 협의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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