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에 무산된 하이닉스 매각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9.11.12 15:05

[오동희 기자의 '財界 냉정과 열정 사이']

정부나 국회의 역할은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이 활발한 생산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해외에서 많은 외화를 벌어들여 국민들을 풍족하게 해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는 이제 진부하다.

하이닉스는 전체 생산제품의 80% 이상을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수출전사로, 전세계 경쟁자들과 생존경쟁을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생존의 무기는 과감한 투자다. 현재 하이닉스의 주요 주주는 외환은행, 산업은행 등을 포함한 금융권으로 고객의 예금을 하이닉스의 생산시설에 투자하기 힘든 구조다.

결국 기업이 하이닉스의 주요주주가 돼 과감한 투자를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이건희 전 회장의 과단성 등을 통해 성장해온 삼성전자 반도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주주협의회가 43개 업체에 인수설명서를 보냈지만 답을 보낸 곳은 효성뿐이었다.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그룹의 도약을 꿈꿨다.

수학능력평가 시험으로 1시간 늦게 개장한 12일 국내 증시에서 10시 11분경부터 하이닉스와 효성의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9월22일 오후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다음날 주가가 급락한 모습과 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도약을 꿈꾸던 효성이 국회에서의 '특혜시비'로 도약의 꿈을 접었다는 공시를 냈기 때문이다. 특혜시비에 휘말린 효성이 '특혜'를 내려놓자 아이러니하게도 주가는 급등했다.

결국 '대통령과의 사돈기업'이라는 혼맥이 발목을 잡았다. 정권의 입김이 작용 가능한 신규 사업자 선정과는 달리 기업의 인수는 시장에서 정해진 가격이 있어 특혜나 논란이 일 소지는 상대적으로 적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의 사돈기업인 SK(구 유공)는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 당시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끊임없는 특혜 시비가 일자 사업권을 반납했고, 이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로 방향을 선회해 성공한 케이스다.

국어사전을 보면 특혜란 '특별한 은혜나 혜택'이라고 나와 있다. 하이닉스 매각의 가격은 할증과 할인율을 포함해 시장가격이 대강 정해져 있다. 지나치게 싼 가격에 매각한다면 특혜시비가 일 수 있겠지만 현 단계는 실사조차 하지 않았을 정도로 협상초기다. 시작단계에서 불거져 나온 특혜시비는 인수자체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고 결국 효성이 인수의지를 꺾는 것으로 끝이 났다.

아무도 인수에 관심을 두지 않는 기업을 인수하면서 협상과정에서 지분의 분할 매각 얘기가 나오는 자체가 특혜시비에 휘말린다면 어떤 협상도 의미가 없어진다.

정치적 이유로 막아야 할 일이 있고, 국민들을 위해 독려해야 할 일이 따로 있다. 이번 논란은 정치적 논리로 유일하게 손을 든 기업마저 쫓아버리는 꼴이 됐다. 정치적 논란 속에 이제 하이닉스 매각은 방향타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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