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효성이 잃은 것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 2009.11.12 11:51

누구도 전리품 못 얻어… 금융·산업·정치·권력 복합 해프닝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 의향을 철회했다. 당장 효성이 상한가로 치솟고, 하이닉스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다.

효성은 하이닉스인수 얘기가 나오면서 10만원이 넘던 주가가 31%까지 하락하며 한 단계 '레벨다운'됐다. 하이닉스도 2만2000원을 넘다가 2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이날 반등하고 있지만 이미 한 단계 떨어진 주가 폭을 만회하기는 힘겨워 보인다.

효성은 시장의 오해와 억측, 루머 등으로 인해 공정한 인수 추진이 어렵게 됨에 따라 인수의향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인수과정에서 특혜 시비 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 해프닝으로 이익을 본 곳은 어딜까. 분명 국내기관은 수익률을 잃었다. 미래에셋을 앞세운 한국 기관들은 효성의 인수의사에 대해 갖은 혹평을 쏟아내면서 효성 주식을 던졌다. 지난 9월23일부터 기관은 6100억원이 넘는 효성주식을 팔았다. 대신 개인들이 5954억원을 쓸어담았지만 아직 승자라고 하긴 이르다. 개인 매수에는 각종 자문사, 부띠끄, 세력 등이 포함돼 있을 거고, 주가도 추가로 오를 것으로 낙관하긴 이르다.

외국인들은 눈치를 보며 536억원 넘게 샀고, 어찌된 영문인지 최근 7일 연속 효성주식을 쓸어담았지만 승자로 보긴 어렵다.

증시전문가들은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 이후 시너지 창출 여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컸던 데다 6월말 기준 2조원에 육박하는 빠듯한 재무구조 등이 부담이 돼 인수를 철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도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는 일단 안도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인수철회로 효성 주가는 실적에 따라 본질가치를 찾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HMC투자증권은 당장 효성이 리스크 부담을 덜었고 주가에 긍정적이라며 9월말 이후 중단했던 효성에 대한 기업분석(커버리지)도 재개하기로 했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마지막까지도 인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주가 불확실성이 컸지만 이번 인수 포기로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며 "효성적정주가를 10만원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도 "단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이닉스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KB투자증권은 효성하이닉스 인수포기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이는 하이닉스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메리츠증권은 효성 인수철회가 "하이닉스에 호재"라는 입장을 밝혔다. 자금력과 시너지가 큰 새 주인을 찾아야한다는 주장이다. 또 효성이 금호의 대우건설 인수와 동부그룹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과 같은 전례를 밟지 않게 된 점도 긍정적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에게 피해만 준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곤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아무도 승자가 없는 상황. 많은 투자자들, 특히 기관투자자들에게 피해만 준 사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발표가 효성에는 큰 호재지만, 하이닉스에게는 큰 효과를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효성이 내세웠던 하이닉스반도체가 국내산업자본에 매각되어야 한다는 대승적인 관점도 사라졌다. 기존사업을 재편해 메모리 반도체 및 전자소재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그룹으로 거듭나고자 했던 명분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HMC투자증권이 지적했듯이 대신 효성은 일반주주 의사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보여줘 시장 신뢰를 잃은 측면이 있다. 주가도 인수 리스크 이후 폭락했던 주가가 그 직전 수준까지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닉스를 살 국내 주인이 이렇게 없다는 점. 시장 참여자들이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보고 있는 '현실'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장 잠재적 주인은 중국자본 밖에 없고, 결국 시장에서 블록딜로 매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들도 나온다.

효성은 명분과 신뢰를 잃었고, 성급한 기관은 수익률을 잃었다. 불안한 증시에 금융·산업·정치·권력 등이 복합된 하이닉스 인수 해프닝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