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블록딜' 주가에 발목 잡히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도병욱 기자 | 2009.11.11 16:51

수요조사 끝내고도 주가 눈치만…"1만7000원 전후는 돼야"

예금보험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소수 지분매각 작업이 녹록치 않다. 투자자 모집과 매각가격 협의는 거의 마무리됐으나 최근 주가가 약세여서 딜을 진행하기 어려운 탓이다. 예보는 이번 지분매각이 '민영화의 첫 단추'라는 점에서 무척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보는 최근 우리금융 지분매각과 관련, 투자자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번에 매각할 주식은 총 5600만여 주로 11일 종가(1만5800원)를 감안하면 8848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록딜 방식으로 진행돼 장 마감 후 특정 가격과 물량을 정해놓고 매각이 이뤄진다. 매각이 성사되면 다음날 개장과 함께 거래가 시작된다.

복수의 관계자는 "블록딜 주간사들이 지난 9일 우리금융 매각 관련 사전 수요조사(태핑)를 했다"며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지분 7%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라고 전했다.

예보는 그러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에는 이번 주 안에 매각을 끝내려 했으나 최근 우리금융 주가가 약세여서 팔기가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우리금융 주가(종가기준)는 지난 9월17일 1만7200원으로 올해 고점을 기록한 뒤 1만4950원까지 밀렸다가 다소 회복됐다. 최근에는 1만 5000원~1만6000원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최저점인 1만4610원(11월21일)과 비교하면 낮지 않으나 예보의 체감온도는 다르다. 우리금융 주가가 100원 오를 때 마다 예보의 공적자금 회수액이 56억원 씩 늘어나는 탓이다.

할인율을 감안하면 예보의 입지는 더욱 줄어든다. 통상 블록딜 때는 매각가격을 시가보다 낮춰주는데, 이번 딜에서도 일정폭 할인율이 적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보는 이날(11일) 지분을 매각할 계획도 갖고 있었으나 여건이 좋지 못해 고민중인 것으로 안다"며 "(주가가)적어도 1만7000원 부근까지 가지 않으면 블록딜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과 관련 국내외 투자자들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지난달 22일부터 우리금융 주식을 순매도하기 시작해 이날까지 809억 원 어치를 팔았으나 같은 기간 외국인들은 1734억 원을 순매수 했다.

한편 금융권의 시선은 우리금융 지분을 인수할 후보들에게 쏠려있다. 이번 블록딜은 총액인수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하면 주관사가 물량을 대신 떠안는다.

유상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의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은데다 향후 경기회복 수혜주로도 볼 수 있다"며 "최근 기관들이 우리금융 주식을 많이 팔고 있으나 향후 전망이 좋아 매수자 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수요조사 결과, 투자자 확보는 거의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대부분 중장기 투자자로, 블록딜 물량이 시장에 곧바로 출회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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