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상장 빨라질까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김태은 기자 | 2009.11.11 15:35

골드만삭스, 대생 빅딜 돌연포기..삼성 "아직 상장 계획없다"

대한생명 기업공개(IPO) 대표주간사로 선정됐던 골드만삭스가 돌연 주관사단에서 빠지기로 했다. 공모규모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빅딜인데도 골드만삭스가 포기한 것은 삼성생명 상장과 관련돼 있다고 증권가는 분석했다. 이 때문에 삼성생명의 상장이 빨라지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대한생명에 IPO 주관사단에서 완전히 빠지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일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동양종금증권, JP모간, 도이치뱅크 등과 함께 대한생명 IPO 주관사로 선정됐었다. 대한생명은 "골드만삭스가 내부적인 사정 때문에 주관사 업무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는 문서를 보내왔다"며 "크레디트스위스가 새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생명때문에 대한생명 빅딜 포기했다?= 골드만삭스가 공모 규모가 최대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한생명 주관사 업무를 포기한 것을 증권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동양생명 상장 이후 생보업계 상장이 활발해 지면서 증권사간 주관사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던 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골드만삭스가 대한생명 주관사에서 빠진 이유로 삼성생명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생명 상장 주관업무를 맡기 위해 대한생명을 포기했다는 것. 대한생명은 IPO 주관사의 선정 조건으로 상장될 때까지 다른 생보사의 IPO 업무를 맡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내부사정에 정통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골드만삭스가 과거에 삼성생명 IPO 주관업무 관련 기밀 계약을 맺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며 "대한생명 상장 전에 삼성생명이 주관사 선정에 들어가면 이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골드만삭스가 이번 딜에서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생명의 상장은 빠르면 내년 6월, 늦어지면 내년 하반기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골드만삭스는 삼성생명이 그 이전에 상장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증권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골드만삭스와 IPO 관련한 계약을 맺은 바 없다고 부인했다.


◆삼성생명 상장 빨라질까= 일단 삼성그룹이나 삼성생명 모두 현재 상장을 위한 어떠한 작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장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그동안 상장의 걸림돌이었던 지배구조 문제가 모두 해소돼 언제든지 상장이 가능한 상황이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최대 주주인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최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삼성생명 지분 가치가 전체 자산의 50%를 초과)가 된다는 문제 때문에 상장을 추진할 수 없었다.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회사를 거느릴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희 전 회장이 삼성 특검 후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을 실명으로 전환, 최근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

삼성그룹도 삼성생명 상장을 위한 제도적 걸림돌은 사라졌다는 점을 인정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상장을 위한 조건은 갖춰져 있지만 상장 후 주가가 70만원을 넘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주가가 70만원을 넘어야 하는 이유는 삼성차 부채 때문이다. 지난 1999년 삼성차의 법정관리로 손실이 발생하자 채권단은 이건희 전 회장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원으로 계산해 받았다. 삼성측은 2000년 말까지 삼성생명 주식의 상장을 통해 빚을 갚겠다고 약속했지만 상장이 이뤄지지 않자 채권단은 지난 2005년 부채 및 이자 4조7380억원을 상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삼성측이 2조3000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고 양측이 모두 항소,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결국 삼성생명이 상장 후 70만원을 넘으면 10여년 끌어온 삼성차 부채 문제가 정리될 수 있다.

한 대형증권사 보험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의 조정순자산이 15조원 정도로 산출되고 이를 PB 멀티플 1배로 적용할 경우 주당 74만9200원으로 계산된다"며 "조정순자산 가치가 연간 15% 늘어나는 경우를 가정하면 86만1600원, 30% 늘어나면 97만3900원까지 주가산정이 가능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주당 70만원은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삼성생명 상장을 위한 조건은 모두 갖춰져 있는 셈이다. 다만 삼성그룹은 이건희 전 회장 퇴임 당시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삼성생명 상장과 이를 동시에 추진할 경우 상장 문제는 복잡한 시나리오로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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