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지주사-계열사 인력분리 착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도병욱 기자 | 2009.11.09 08:13

계열사 후선업무, 지주사로 집중하는 방안도 논의

우리금융이 계열사 지배구조 강화에 착수한다. 경계가 모호했던 지주사와 계열사 간 인력운영은 완전히 분리된다. 이는 계열사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해석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3일 지주회사 내 계열사 파견 직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인력운영 방안을 설명했다.

설명회에서 우리금융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계열사의 파견 직원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주사에서 근무하려면 먼저 계열사에 사표를 제출하고 소속을 완전히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지주사로 옮기길 희망하는 직원들에게는 계열사에서 받고 있는 급여에 15%를 인상해주기로 했다. 또 2년간 지주사에서 근무한 뒤 본인이 희망하면 1년간 계열사 복귀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새로운 인사제도 도입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우리금융은 이르면 다음 달 안에 지주사와 계열사의 인력분리를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가능하면 연말 정기 인사와 함께 처리하겠다는 의지다.

이는 지주사가 지나치게 파견 직원들에게 의지하고 있어 업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현재 우리금융은 자체인력이 아니라 사실상 계열사에서 지원받은 인력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금융에 파견된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직원들은 총 73명으로 전체 직원의 67.7%를 차지한다. 지주사에 적잖은 임원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무업무는 대부분 이들 파견 직원들이 맡고 있다는 얘기다.

파견 직원에 대한 인사권은 전적으로 계열사에 있다. 인센티브를 포함한 급여지급, 인사고과, 승진 등은 계열사에서 이뤄진다. 지주사에서 근무한 실적은 인사 참고자료로만 활용된다. 직원들이 지주사 업무에 집중하기보다 소속 계열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일사불란한 업무체계를 선호하는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인사 스타일도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평소 "조직이 활성화하려면 로열티가 높은 직원들이 많아야한다"고 강조해왔다.

다른 지주사들도 인력을 분리하는 추세다. KB금융지주와 신한지주는 계열사에 사직서를 내고 지주사로 입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나금융도 마찬가지인데, 짧은 기간 동안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파견 발령이 가능하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다른 지주사들이 이미 지주사와 계열사의 인적교류를 분리하고 있다"며 "금융지주사법 시행령에서도 이 부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교류 방식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적분리 방침을 접한 직원들은 매우 동요하고 있다. 자칫 지주사와 계열사 사이에서 '공중에 뜬'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계열사에서 지주사로 아예 진로를 바꾸라는 얘기인데 굵직굵직한 업무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면서도 "금융인으로 거쳐야할 일선 영업을 익히기 어렵고 인사적체도 심해서 승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지주사가 약속한 인사복귀도 계열사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금융은 또 지주사 임원이 계열사 업무를 겸직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김정한 우리금융 전무가 우리은행의 리스크관리본부장을 겸임하기로 한 사례가 인사, 홍보, 경영전략 등 계열사 후선부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계열사에 대한 지주사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 다만 계열사의 독립경영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아서 시행여부는 "두고 봐야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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