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불황기 연봉협상 단골멘트 따로 있다?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 2009.11.10 10:26


"전 야근도 많이 하고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아이가 생겨서 연봉을 좀 더 올려주셨으면 합니다."

한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김민국(29·가명)씨는 이달 초부터 거울을 보고 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봉협상에서 실패한 후 고안해 낸 특단의 대책이다. 연봉을 12%나 올린 동료도 있다는데 말주변이 없는 김씨는 협상 테이블에만 앉으면 작아진다.

올해 내내 잦은 야근까지 감수하며 제법 성과를 낸 김씨. 이번엔 의지가 남다르다. 내년 초에는 기필코 연봉 2600만 원에서 뜀뛰기를 하리라는 각오다.

그러나 김씨의 앞길을 가로막는 복병이 등장했다. 경기가 어려워 회사 매출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것. 회사 형편을 고려해 신뢰를 얻을지,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눈 딱 감고 연봉인상을 요구할지 김씨는 고민에 빠졌다.

최근 20대 후반~30대 중반의 직장인들에게 '연봉협상'이 화두다. 한해의 성과를 정리해 내년 초 협상을 준비할 시기이기 때문. 이에 맞춰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불황, 호황기 연봉협상 단골멘트'가 등장했다.

누리꾼들은 요즘 같은 불황기에 지나친 연봉 인상 요구는 회사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가급적 회사에서 제시한 금액에 수긍하되 충성심을 부각시켜 이듬해를 노리라는 것. 한 누리꾼이 소개한 불황기 단골멘트는 아래와 같다.

"돈 때문에 일하는 게 아니라 회사와 저의 장래를 위해 일합니다."
"회사가 어려운데 무리한 인상은 안될 말입니다."
"올해 열심히 뛰어서 목표 초과달성하면 그때 올려주십시오."

"연봉인상 대신 복리후생만 조금 챙겨주십시오."

그렇다면 호황기 단골멘트는 무엇일까. 누리꾼이 제시한 연봉인상 노하우다.

"올해 성과도 00%지만 내년 상반기 예상성과까지 고려해 주십시오."
"경쟁사 00에서 스카우트 언질이 들어왔지만 전 우리 회사에 남고 싶습니다."
"경기가 좋은 탓도 있지만 제가 낸 아이디어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부인이 아이를 가졌는데도 야근에 잔업까지 열심히 했습니다."

실제 이 같은 '단골멘트'로 주효한 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경기와 무관하게 자신의 업무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며 당당하게 임하라고 조언했다.

헤드헌팅전문업체 '커리어케어' 사언영 컨설턴트는 "국내 대부분의 회사는 연봉협상 시 일정범위를 정해두고 회사 측이 주도권을 쥐는 형태"라며 "올 초 세운 업무목표를 00% 달성해 회사 매출에 이만큼 영향을 미쳤다는 구체적인 자료를 만들어 협상에 임하라"고 강조했다. 이는 연봉협상뿐 아니라 상사에게 자기계발 노력과 방향을 알려주는 지표가 된다.

사 컨설턴트는 "불황기에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회사가 동결 혹은 삭감 제안을 해오는 경우도 많다"며 "동종업계 현황, 회사 재정, 자신의 기여도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사전에 파악한 후 자신의 수용 한계를 솔직하게 제시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연봉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업무량이 많고 맡는 업무의 위험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무턱대고 연봉인상을 바라기보다 자신의 능력과 위치에 맞는 대우를 요청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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