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근혜 '세종시 결전' 피할수 없는 이유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9.11.04 13:40

이 대통령 역사적 평가 중시vs 박 전 대표 원칙 앞세워 '차기' 겨냥

# 2005년 2월이다. 여야가 세종시 특별법 제정에 합의했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성명을 냈다. "행정도시 건설은 수도분할로 통치의 근본을 쪼개 수도이전보다 더 나쁘다." 유력 대선주자의 반발을 언론은 앞 다퉈 보도했다.

뒤늦게 알려진 기자들과의 대화 내용은 더 이슈가 됐다.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다."

세종시를 주도한 열린우리당은 발끈했다. "뼛속 깊이 개발독재시대의 반의회주의 반민주주의가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 발언이다." 김현미 대변인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서울시는 서둘러 해명했다. 군대라도 동원할까 농담한 게 와전됐다는 것이었다. 논란은 길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세종시 입장은 명확히 알려졌다.

교육·과학도시론도 이때 나왔다. 이날 성명에는 세종시를 기업과 연구·교육기능 도시로 만들자는 내용이 담겼다. 대전 대덕연구단지, 청주·오송 바이오 단지와 연계해 중부권의 경제·교육·과학도시로 키우자는 계획도 붙었다.

한나라당 세종시 반대파 역시 뜻을 모았다. 비주류와 수도권 의원들이었다. 안상수 당시 재·보선 공천심사위원장(현 원내대표)은 법안 합의에 반대하며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이재오 전 의원(현 국민권익위원장)은 원내대표실 농성에 들어갔다. 전재희 의원(현 보건복지부장관)은 단식투쟁을 폈다. 지금 친이(이명박)계의 핵심인물들이다. 지도부 사퇴론이 빗발쳤다.

당시 당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였다. 박 전 대표는 물러서지 않았다. 물러설 수 없었다. 대선까지 2년여. 대선 후보 경쟁과 맞물린 문제였다. 박 전 대표는 "여야 합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최근 발언과 닮았다.

당론은 쉽게 모이지 않았다. 의원총회 표결까지 갔다.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자 박세일 당시 정책위의장은 당직과 의원직을 내던졌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표가 1년 뒤 지방선거와 2년 뒤 대선의 충청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4년이 지났다. 한나라당은 다시 세종시 내홍에 휘말려들고 있다. 전선은 이번에도 친이 대 친박(박근혜)이다.

이 대통령은 수정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2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충분히 숙고해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취임 뒤 첫 세종시 발언이었다. "박 전 대표가 반대해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한다.

지난달 청와대 참모진 회의 발언도 알려졌다. "세종시는 과거 정부가 중앙의 기득권을 적선하듯 나눠 준 것 아니냐. 주민들이 수십 년 먹고 살 것을 만들어 줘야 한다." 한 정치권 원로는 "대통령에 오른 사람들이 그렇듯 이 대통령에게도 충청민심보다 역사적 평가가 우선일 것"이라고 말한다.

공성진 최고위원, 차명진 의원 등 친이 일부 의원은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이한동·남덕우 전 총리 등 사회원로급 인사 1300여명도 '수도권분할반대 국민회의'를 꾸리며 국민투표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신흥' 대선주자 정운찬 국무총리는 4일 수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과학·기업 등 세종시 자족기능을 충족시키겠다는 정 총리의 구상이 담길 것이라 한다. 정부와 청와대의 경계는 애매하다. 4년 전 이 대통령의 대안이 떠오른다.

박 전 대표는 4년 전 원칙을 놓지 않고 있다. 원칙과 약속을 무기로 '2012년'을 노리고 있는 박 전 대표다. "세종시는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한 약속"이라는 목소리에 힘을 준다.

지난달 31일엔 "정 총리가 국민과의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지 모르고 있다"고 했다. 정 총리 너머엔 이 대통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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