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고·논의"…"논의체구성"…"안돼"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9.11.02 15:42

李대통령 세종시 속도조절 주문… 친이 여론수렴 박차… 친박·야권 원안고수

# 이명박 대통령은 2일 "세종시는 충분히 숙고해서 하는 게 좋으니까 당에서 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가진 조찬회동에서다. 이 대통령으로선 지난해 2월 취임한 뒤 처음 밝힌 세종시 관련 공식 언급이다.

정치권에선 "충분히 숙고"라는 말에 주목하고 있다. 원론적인 발언 같지만 원안이 있는데 굳이 말을 꺼낸 데는 수정 가능성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또 시간이 걸리더라도 여야, 여여 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해 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정운찬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대독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정책 추진과정에서 나타나는 오해와 갈등은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하나하나 풀어가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다.

#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빠른 시일 안에 당에 세종시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세종시는 충청도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국가발전에 부합되도록 해야 한다"며 "당도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론에 연일 힘을 싣고 있는 정운찬 국무총리에 발맞춰 당에서도 의견 수렴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당은 대국민 일선에 나와 있는 만큼 민심 수렴 과정에서 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부에서 대안이 나오면 설득할 부분은 설득하고 설명할 부분이 있으면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야권의 반발은 거세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 대통령은 대선 때 약속을 어떻게 할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고 스스로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이날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생활이 힘들더라도 견뎌낼 수 있지만 법치와 신뢰가 무너지면 국가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며 "대통령이 국민을 갈등과 대립으로 몰고 가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세종시 관련 내용이 빠진 것을 두고도 야권의 공세는 계속됐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국가 살림살이 계획을 발표하는데 세종시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은 정부가 의무를 내버린 것"이라고, 류근찬 자유선진당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충청도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오는 4일 저녁 비공개 회동을 갖기로 했다.

# 여야 갈등보단 여여 갈등이 문제라는 지적도 적잖다.

공성진 최고위원과 차명진 의원 등 한나라당 친이(이명박)계 일부 의원은 이날 세종시 해법으로 국민투표를 제안하고 나섰다. "최종 선택은 국민에게 맡기자"는 제안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정 총리를 직접 비판하며 원안 추진 입장을 거듭 강조하자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친박(박근혜)계의 반발은 만만찮다. 친박계 이성헌 한나라당 제1사무부총장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세종시를 놓고 한 번도 공개토론이 없었는데 당론 변경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기정사실처럼 떠돌고 있다. 당내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한다"며 당직 사퇴를 밝혔다.

유기준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세종시 문제는 국회가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약속한 것"이라며 "원칙론에서 풀어가는 게 옳고 원안에서 크게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친박 모임인 '여의포럼'은 오는 3일 국회에서 세미나를 갖고 세종시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국포럼' 출신 친이계 의원들도 6일 정례 모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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