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양의 부부는 어떻게 살까?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 2009.11.02 18:07

이진우 테마한의원장-고경란 영상의학 전문의 부부

ⓒ 사진 = 유동일 기자 eddie@
지난 8월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당시 한의학계는 "한의학의 정통성과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고 고무됐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요즘 상식에는 맞지 않는 내용으로 역사적 유물일 뿐"이라며 찬물을 끼얹었다.

한의학을 비과학적이라 여기는 서양의학, 서양의학이 근본치료는 아니라는 한의학. 둘 사이에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 둘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평행선을 걷는 '앙숙'이 한 지붕 아래에서 만났다. 남편은 통증치료와 척추교정에 일가견이 있는 서울 종로구 '테마한의원' 이진우(36)원장, 부인은 유방영상을 판독하는 국립암센터 영상의학과 고경란(36) 전문의다.

토요일 오전 11시에 찾은 서울 마포구 부부의 보금자리. 현관을 열면 냉기류가 흐를 것 같지만 부부는 17개월, 2개월 남매를 품에 안고 웃으며 반겼다. '가깝지만 먼 사이'라는 경희대 한의대, 의대 시절 소개팅으로 만나 2004년 결혼, 올해로 6년차 부부가 됐다.

부부는 주말이면 TV 없는 거실에서 아이들을 돌본다. 빔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으며 휴식을 취한다. 책장 한켠에 의학, 유방암 관련 전문서적들이 꽂혀 있지만 집에서는 가급적 전공분야를 공부하거나 논쟁하지 않기로 했단다.

"한의사, 양의사가 같이 살면 냉전일 것 같지만 집에선 일 얘기 거의 안 해요. 같이 살려면 서로 다른 부분은 인정하고 이해해야죠. 대학 때부터 만난 동갑내기 커플이라 집에 오면 직업은 잊고 친구처럼 음식 해먹고 아이들과 노느라 여념이 없어요."

부부는 한의학, 서양의학을 구분 짓기보다 서로 돕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 원장의 한의원에 척추 이상 환자가 자기공명영상(MRI) 필름을 챙겨오면 집에 와 영상의학 전문의인 부인에게 판독을 부탁한다. 다른 병원에 의뢰하면 3일은 걸릴 일을 아내가 1시간 만에 해결해 준다고 자랑이다.

국립암센터에서 환자들의 암질환을 검사, 판독하는 아내의 몸이 좋지 않을 때면 이 원장은 직접 한약을 지어 먹인다. 이 원장 스스로도 체력적으로 힘이 들면 양의를 찾아 검사를 받는다. 진료를 보다보면 점심도 거르고 오후에야 짧게 짬을 내 도시락을 먹고 척추교정에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 사진 = 유동일 기자 eddie@
아내는 자신을 챙기는 남편을 보며 연신 웃음지었다. 이 원장은 부인뿐만 아니라 첫 아이를 기를 때도 각별한 정성을 쏟았다. 아이를 낳고 1년 간 이 원장은 매일 수유량, 아이의 대·소변량, 체중을 검진표에 기록했다. 아이의 신체리듬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아내는 이런 남편을 위해 한의학 관련 기사를 챙기는 편이다. "며칠 전 일간지에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가 '팔각회향'이라는 한약성분을 추출해 만들었다는 내용이 나왔더라고요. 신종플루에 대한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고요."

듣고 있던 남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선 신종플루에 의학과 한의학이 함께 대응하는 시도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죠. 최근 소아전문 한의원에도 신종플루로 어린 환자들이 밀려들고 있다고 해요. 이런 상황이라면 협진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을까요."

한의, 양의사가 있는 가족들은 아프면 어느 곳을 찾을까. 부부는 가족이 두통에 시달리거나 감기에 걸려도 좀처럼 약을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병원, 한의원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면역력을 높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평상시 꾸준한 운동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 병을 조기에 발견하자는 주의다.

"흔히 어떤 때는 한의원, 어떤 때는 병원을 찾는 게 낫냐고 물으시는데 그런 기준은 없습니다. 환자의 선택이죠. 한의, 양의 간의 불신은 서로 치료했던 환자 중 예후가 좋지 않은 케이스만 보기 때문이기도 해요. 서로 인정하고 장점을 보완하면 더 나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둘은 서로 도와가며 건강하게 사는 게 꿈이라며 웃었다. 각자 한의원에서, 병원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함께 여행을 다니며 푼다는 이들은 한의, 양의 벽을 허물고 알콩달콩 살겠다며 손을 마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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