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보행'에 '좌측통행' 에스컬레이터?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 2009.10.30 17:15
↑국토해양부는 지난 1일부터 서울시내 지하철을 대상으로 우측보행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1. 지난 1일 직장인 A씨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무의식적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려했으나 진행방향이 바뀌어 있던 것. 영문도 모른 채 사람들의 눈초리를 받은 A씨는 그제서야 우측통행 시범시행으로 인해 에스컬레이터의 진행 방향이 바뀐 것을 알았다.

#2. 한달이 지나 우측보행에 점점 익숙해진 A씨는 다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우측보행 방향을 생각하고 다가갔다 여전히 좌측보행 기준으로 운영되는 에스컬레이터를 만난 것. 주변 기둥에는 "우리 역은 에스컬레이터 운행방향을 오른쪽으로 바꿀 경우 이용 시민들의 충돌이 예상돼 현행대로 운행됨을 알린다"는 역장의 안내가 붙어있었다.


서울 내 지하철에서 우측보행 시범운영이 시작된 지 한 달여. 그러나 여전히 좌측통행 기준의 보행편의장치들로 혼란을 겪는 보행자들이 있다. 또 구조적으로 우측보행 기준 운영이 불가능한 장소도 있어 우측보행 시행이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30일 현재 서울 시내 지하철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1055기 중 좌측보행을 기준으로 운영되는 에스컬레이터는 총 214기다. 본격적인 우측보행이 시행되는 내년 7월까지 정비할 예정인 70기를 제외하면 144기는 시범운영기간이 끝난 뒤에도 좌측보행 기준으로 운영해야 하는 셈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에스컬레이터가 우측통행에 예외적으로 운영되는 이유로 △에스컬레이터가 좌측 하나에만 설치된 경우(83기), △용량이 큰 에스컬레이터가 좌측에 설치된 경우(21기), △역사구조 상 우측보행으로 운영 시 상호 충돌 등 보행동선의 효율성이 저하되는 경우(40기)를 들었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승객 상충의 경우 앞으로 승객의 보행패턴 변화를 분석해 우측보행이 가능할 경우 바꾸겠다. 그러나 일부 환승역사는 구조상 환승통로를 우측보행할 경우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우측보행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좌측에 에스컬레이터가 하나만 설치된 경우와 용량이 큰 에스컬레이터가 좌측에 설치된 경우 역시 역사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수정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울메트로의 경우 "교체해야하는 60기는 모두 노후부품 교체 후에 운행 방향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당장 바꾸지 못했다"는 답변을 했다. 올해 11월과 내년 2월, 6월에 좌측보행 기준 에스컬레이터의 부품교체 혹은 시설 교체를 마치고 우측보행 기준으로 운행하겠다는 답변이다.

지하철 이용에 불편을 겪은 한 누리꾼은 "좌측통행을 기준으로 시설을 만들어 놨는데 굳이 우측통행을 시행해 혼란을 준 이유를 모르겠다"며 "우측통행의 효과역시 못느끼겠다"고 말했다. "미리 준비해서 혼란을 줄였어야 하는데 홍보부족 등으로 혼란만 주고 있는 것 아니냐", "아직도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방향을 혼동해 위태한 상황이 연출된다"는 의견도 간간히 보인다.
↑5호선 광화문역 계단에 붙어있는 우측통행 안내

국토해양부는 지난 6월부터 보행자의 안전·편의 및 글로벌 보행문화 정착을 위해 우측보행을 홍보하고 이달 1일부터 서울시내 지하철을 대상으로 우측보행 시범운영을 해왔다. 국토부는 올해 12월 도로교통법 개정을 거쳐 내년 7월 본격적으로 우측보행을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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