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IB의 회사채 연고영업 유감

더벨 오동혁 기자 | 2009.10.30 10:57

[thebell note]결국 발행 기업·증권사 모두 부담

이 기사는 10월21일(11:37)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내 회사채시장에서 일부 중소형증권사들의 '연고 영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보다 빠르고 안전한 시장 진입을 위해 발행기업을 상대로 과거의 인연에 기댄 인수전을 펼치고 있는 것. 아직 인수물량이 크지 않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작아 다른 증권사도 눈 감아 주는 분위기다.

지난달 국내 대기업 계열사 하나가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높은 기업신용등급(AA-)을 받은 터라 시장에서의 반응도 좋았다. 많은 증권사들이 인수전에 참가했고 치열한 금리전쟁이 예상됐다.

그런데 주관·인수사 선정이 끝난 뒤 주목할 만한 일이 생겼다. 회사채 인수시장에서 약자로 평가 받는 A증권사와 B증권사가 각각 200억원, 100억원 어치의 물량을 인수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두 증권사는 이달 중순 또 다른 계열사가 발행하는 500억원어치 회사채에서 다시 인수사로 참가했다. 이번엔 주관사를 제외하고 A,B증권사 외 다른 인수사는 없었다.

중·소형증권사라 해서 우량회사채를 인수하지 못하란 법은 없지만 기라성 같은 타 증권사를 모두 제치고 인수에 성공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다. 게다가 이들은 금리경쟁 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도 아니었다.

올해 더벨 리그테이블에서 A증권사는 국내채권(ABS,FB제외) 인수순위에서 20위권, B증권사는 최하위를 기록 했다. 시장영향력 불구, 두 증권사가 손쉽게 우량 채권에 접근할 수 있었던 데는 발행기업과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주효했다.


지난 2005년 증권업계가 합병 등을 통해 재편 바람이 불면서 그룹 계열 증권사에 속해 있던 일부 IB 인력이 A증권사로 이동했다. B증권사는 인수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신생업체로 예전 그룹 계열사에 있던 직원이 많이 넘어간 상태.

그러나 유대 관계에 의한 회사채 인수가 늘어날수록 발행기업은 부담은 커지고 다른 증권사들로부터도 좋은 평판을 얻지 못하게 된다. 정상적 수준보다 더 높은 금리가 산정되면서 기업의 이자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원가절감을 통해 낮은 금리를 제시했던 다른 증권사는 기회를 잃게 됐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그룹이 분리되고 사명도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자금부, 기업금융부 등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는 다 같은 사람들 아니냐”며 “공정한 경쟁이 펼쳐진다면 금리는 분명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시기에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을 챙기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이런 챙겨주기가 수많은 이해관계자로 얽혀 있는 금융시장에서 일반적인 관행으로 정착되는 건 곤란하다. 누군가 혜택을 얻어간다면 분명 그 이상의 피해가 다른 이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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