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해운업계 수송권 갈등 재연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 2009.10.29 15:50

장기운송계약 잇달아 일본 선사에 뺏길 판..국적선사 입찰 참여 거부

유연탄 등 대량수송권을 둘러싼 해운업계와 한국전력 자회사의 해묵은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2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전의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이 지난 27일 유연탄 연속항해용선계약(CVC)에 대한 입찰에 일본선사의 한국법인 등을 초청하자 국내 해운사들은 아예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번 입찰은 케이프사이즈급(17만~18만 톤급 규모) 선박 2척에 대한 10~15년의 장기운송 국제입찰이다. 물량은 호주 등에서 수입될 유연탄으로 연간 115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입찰에 참가한 선사가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면서 "다음 달 2일 재입찰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초저금리와 빠른 선가상환 등으로 금융 부담이 적은 일본 선사들은 국내 선사와의 가격 경쟁에서 유리하다"면서 "이번 입찰도 이미 일본 선사로 사실상 정해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국내 선사들이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 자회사들과 국내 해운업계 사이의 이러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서발전은 지난 6월 일본 해운사 엔와이케이(NYK)의 한국 현지법인인 'NYK 벌크쉽 코리아'와 10년 장기 운송계약을 맺었다. 국내 해운업체 4곳도 입찰에 참가했지만 일본 선사에 비해 높은 가격을 제출해 떨어졌다.

동서발전은 2004년엔 호주에서 석탄을 실어오는 계약을 NYK에 넘겨준 바도 있다.


지난해 서부발전은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2척에 대한 장기수송 계약사업자로 일본 선사 케이라인을 선정했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한전(자회사 포함)과 포스코의 경우 전체 운송량 중 10~16% 가량(지난해 기준)을 일본 등 외국 선사에게 맡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해운업체들을 대표하는 선주협회 측은 "일본의 경우 발전회사들이 지명입찰제를 통해 대량화물 운송권을 일본선사에게 몰아주고 있다"면서 "한전 자회사들의 일본 선사 편애는 '호혜평등'을 중시하는 국제관행과도 동떨어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해운업계는 장기운송계약의 경우 안정적으로 최소 10년 이상 수송할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전 자회사들도 할 말은 있다. 한 푼의 원가 절감을 위해서라도 입찰가를 낮게 적은 업체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전 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 가격을 낮게 제시한 선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며 "입찰 참가 자격 기준을 충족시키는 선사들을 입찰에서 제외시킬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려운 해운업계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일단은 국내 선사들도 자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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