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3' 여야 "해몽은 내맘"…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9.10.29 11:25

애매한 승부 결과에 여야간·당내 샅바싸움 겹쳐

"한나라당에 여전한 기대와 성원을 보내준 것을 가슴 깊이 간직하겠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은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

꿈보단 해몽이다. 같은 결과를 두고 다른 해석이 나온다. 10·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이튿날인 29일 여야는 각자 재·보선 '승리'를 자평했다.

↑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차이는 있다. 민주당은 완승을 거뒀다는 느낌이 강한 반면 한나라당에선 지지 않았다는 분위기가 묻어난다. '2대3'이란 애매한 수치에 향후 정국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샅바싸움이 겹친 탓이다.

전날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강원 강릉과 경남 양산 등 2곳에서, 민주당은 경기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을,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등 3곳에서 당선자를 냈다.

한나라당은 '집권당의 무덤'이라는 재·보선에서 5곳 가운데 2곳을 건져 선전했다는 데 주목한다. 한 당직자는 "지난 16년 동안 집권당은 재·보선에서 모두 패했다"며 "이번 성적은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론 박희태 전 대표가 송인배 민주당 후보의 막판 추격을 따돌리고 6선 고지에 올랐다는 데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수도권 2곳 모두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데 고무돼 있다. 당내에선 영·호남에 비해 지역색이 약한 수도권 승리로 내년 지방선거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망이 밝다는 얘기다.

충북 승리도 남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당장 충북 민심을 발판으로 여권의 '세종시 수정 추진' 움직임에 전면 공세를 펼 방침이다. 여세를 몰아 4대강 사업과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 향후 정국에서도 주도권 잡기에 나설 전망이다. 정세균 대표의 '국정기조 전환' 발언에서도 이 같은 기류가 읽힌다.


서로 승리를 자평하는 아전인수격 해석에는 '당 대 당'의 샅바싸움 외에 여야 각 당의 내부 사정 탓도 적잖다.

정몽준 대표는 이날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격려와 채찍을 동시에 줬다"며 절반의 승리에 무게를 두면서도 "내가 아직 '당에 뿌리 내리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도 달게 받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 정세균 민주당 대표.
당초 최대 격전지였던 수원 장안 승리로 '승계대표'의 한계를 극복하고 차기 대선주자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지면서 '절반의 승리' 이면에 숨은 '절반의 패배'에 대한 당내 비판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게 됐다는 얘기다.

이날 당장 개혁성향 초선모임인 '민본21'에서 "지난 4월 재보선 이후 제기된 당 쇄신 요구에 대해 어느 하나 실천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며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 조속한 쇄신책을 마련할 것을 요청하고 나선 참이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지도부 책임론과 함께 조기 전당대회론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잠재우려면 자숙과 함께 '성과론'이 필수다.

정세균 대표로선 4·29 인천 부평을 재선거 승리에 이은 이번 선거 승리로 당내 리더십을 강화하고 대선 발판을 마련할 호기를 맞게 됐다.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정세균 체제'가 공고화되면 연말 국회를 맞아 단일대오를 갖출 동력을 확보하고 당내 갈등의 화약고인 '정동영 복귀론'도 잠재울 수 있다.

당내 중진 사이에선 "지난 7월 미디어법 처리에 반발해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뒤 국회에 복귀할 명분이 주어졌다"는 얘기도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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