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교포사회에 부는 '제네시스' 바람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 2009.10.29 14:39
“그냥 속편하게 일본차 타시죠”

지난 4월 미국 LA에 연수차 갔던 기자가 한 렌터카 회사에서 들었던 첫마디였다. 재미교포가 운영하는 렌터카 회사였고 주차장에는 현대·기아차 모델이 즐비했다. 당연히 이들 가운데 하나를 추천할 것이란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유는 이랬다.

“한 5개월 정도 타실 거면 일본차가 가장 속편할 겁니다” 일본차들이 잔고장이 없기 때문에 장기 렌터카로 제 격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기자는 국산차를 선택했고 연수가 끝나는 9월 말까지 전혀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다.

연수 프로그램은 미국 언론사에서 교환기자로 일하는 것이었다. LA 비즈니스저널에서 코리아타운과 한인기업 등을 담당하다 보니 많은 한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많은 교포들을 만나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메이드인 코리아가 ‘애증’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길거리를 누비는 현대차와 미국인들 손에 들려 있는 국산 휴대폰이 자랑스럽지만 정작 자신들은 선뜻 쓰기 어렵다고 했다. 의외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의 벽이 높았다. 나이가 많을수록, 미국 생활이 오래될수록 이 불신의 벽은 더 두터웠다.

불신의 벽은 역사적 산물이었다. 교포들은 미국에 한국산 자동차나 휴대폰이 처음 들어왔을 때 열광했다. 고향에 대한 향수와 조국의 발전에 기뻐하며 이들 제품을 거리낌 없이 구매했다. 하지만 잦은 고장에 열광은 실망으로 바뀌었고 그들의 뇌리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하루는 한 모임에서 교포 여러 명에게 물었다. 전세계가 삼성전자와 LG전자 휴대폰에 열광하는데 왜 모토로라만 고집하는지, 왜 일본차만 타고 다니는지를. 그들의 대답은 항상 이렇게 시작했다. “예전에 써 봤는데…”


이날 모임에 나온 교포들은 미국 사회에서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싼 맛에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하지만 LA를 떠날 때쯤 교포사회에 부는 변화의 바람이 느껴졌다. 변화를 몰고 온 주인공은 현대차 ‘제네시스’다. 일본차와 미국차를 타던 사람들이 리스 계약 기간이 끝나면서 너도나도 제네시스로 바꾸는 게 아닌가. 많은 교포들이 자영업에 종사하고 이들은 세금을 아끼기 위해 리스 차량을 주로 이용한다. 리스비는 비용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세금(법인세)이 줄어들게 된다.

변화의 원동력은 입소문이었다. 과거 현대차와는 차원이 다른 세련된 디자인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고 한번 몰아본 뒤에는 제네시스 팬이 되는 교포가 하나 둘 늘어났다.

물론 제네시스는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BMW나 벤츠 등 경쟁차종의 가격은 4만달러가 넘지만 제네시스는 차종에 따라 3만2000달러에서 3만8000달러 선이다.

“교차로에 벤츠랑 제네시스가 나란히 서 있었는데 전혀 안 꿀리는기라” 제네시스에 대한 한 교민의 평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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