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와 '월급쟁이'는 타고 나지 않아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 2009.10.29 12:10

[CEO에세이]"빵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왕권신수설(王權神授說)이란 게 있었다. 왕권은 신으로부터 주어졌다는 것이다. 왕정체제를 옹호하는 이데올로기적 무기로 이용되었다. 프랑스의 절대주의는 루이 14세에 이르러 최고조에 달했다. 그는 베르사유 궁전을 지으며 사치와 방탕을 일삼았다.

국가재정은 말이 아니었다. 루이 16세 때 드디어 시민의 분노가 터졌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했다는 물정 모르는 말이 도화선이 됐다. 결국 그들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태어나면서부터 왕은 국민의 고락을 느끼기 힘들다.

이러한 일이 광복 후 한국에도 있었다. 6·25 전쟁으로 국민들의 삶은 고달프기 짝이 없었다. "밥이 없으면 빵을 먹으면 되지!"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말이었다. 결국 4·19혁명이 일어났다. 21세기 개명천지 자유·민주·법치국가라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일이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한국 대표적 신문의 사설 내용이다. "국회 인사청문에 들어간 총리·장관·대법관 후보자 다수가 위장전입의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L(법무)·L(노동)장관, M대법관 후보자가 사실을 시인했다. 현직 장관 중에서도 청문회 때 위장전입이 드러난 경우가 있다.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37조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위장전입 해야 국가 지도자 될 수 있어(?)

이러고 보면 위장전입 경험을 하지 않고는 국가 지도자를 바라볼 수 없다는 얘기다. 특권층과 서민은 원래 다른 모양이다.

기업은 어떤가. 최근 한 신문사설이다.

"H그룹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야당과 검찰이 설전을 벌이더니 엊그제 법무부 장관은 기소중지 상태인 C회장의 동서에 대해 미국 측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C회장의 장남이 2004년 말 미국의 콘도를 구입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자 검찰총장은 ‘확인작업에 들어갔으며 확실히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은 H그룹이 굴지의 대기업이고, C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인데다, 대통령과는 사돈관계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TV에 기업의 CEO특강이 있었다. 초청된 연사는 유통업계의 전문경영인 K부회장이었다. 그의 어릴 적 꿈은 월급쟁이였다. 이는 그의 아버지가 사업을 할 때 수입이 들쭉날쭉해서 고생했기 때문이라 했다.

그는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러다보니 최고경영자에 올랐다고 했다. 그는 목표초과달성이라고 좋아했다. 특강참여 젊은이들 모두 재미있어 했다. 논어에서 ‘군군신신 부부자자(君君臣臣 父父子子)’라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오너와 월급쟁이는 타고 나지 않아

이는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사원은 사원답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문답도 있었다. 어떤 젊은이가 ‘오너 경영자’와 ‘전문 경영자’에 관해 질문했다.

연사는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과거에 모셨던 오너들의 ‘돈 냄새 맡는 동물적 감각’에 대한 찬사도 있었다. 동물적 감각이라니. 그렇다면 ‘돈 냄새 맡는 능력’은 천부적인 것이란 뜻인가. 왕이 타고 난다는 것처럼. 아니다. 연사의 말에 오해가 있어서는 안되겠다.

21세기의 ‘오너 신수설(Owner 神授說)’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샐러리 맨 신화’의 대명사인 휠라 그룹의 윤윤수 회장이 얼마 전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휠라 2009 글로벌 콘퍼런스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윤 회장은 2007년 전 세계 ‘휠라' 브랜드 사업권을 전격인수,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한 한국인’으로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었다.

월급쟁이가 오너가 된 것이었다. 이처럼 오너는 절대 타고 나는 게 아니다. 또 오너의 비리를 전문가·월급쟁이들이 도와주는 시대도 벗어나야겠다. 의당 억지 쓰는 노동운동도 벗어나야 한다. 그것이 참된 실용세계다. 바로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창조적 중도 실용·통합의 기업철학이다. (한국CEO연구포럼 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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