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야심작' 발표 못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 2009.10.27 17:53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야심차게 준비해 온 한국판 '터너 보고서'가 좌초 위기에 몰렸다.

작품은 이미 '완성'됐다. '위기 이후의 금융감독 과제에 대한 보고서'란 거창한 이름이 붙었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의 로드 터너 의장이 발표한 금융감독업무 개선방안을 '터너 보고서'라고 부르는 것을 빗대 한국판 터너 보고서라는 별칭을 달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는 △은행 자본과 유동성, 은행 재무제표에 대한 근본적 개혁 △임직원 보상체계 개혁 △신용평가기관과 헤지펀드 등에 대한 감독 강화 △경기 변동에 따른 자본금 적립 차등화 등이 담겨 있다.

특히 김종창 금감원장이 직접 챙기며 6개월간 만든 역작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공을 들인 만큼 김 원장은 자료 배포와 함게 28일 오후 직접 브리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금감원은 관련 일정을 27일 오후 2시께 기자들에게 공지했다.

하지만 불과 세 시간도 지나지 않아 자료 배포와 브리핑 일정을 취소한다는 내용을 다시 보냈다. "금융위, 청와대 등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 속엔 금융위 등이 '제동'을 걸었다는 뉘앙스가 담겼다. 금감원이 단독 플레이를 한 데 대한 금융위의 불쾌감이 적잖았다는 얘기다.

반면 금융위는 금감원이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실제 금융위가 보고서를 받은 시점은 이날 오후. 그러면서 28일까지 의견을 달라고 했다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민감한 정책 사안이 담겨 있는 것도 문제가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정부 내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감독 정책 등이 검토 과제로 나열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른바 '김종창 보고서'가 빛을 볼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금감원이 발표할 사안인지 등을 포함해 살펴보겠다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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